
이슬람 최대 행사인 정기 성지순례(하지·hajj)가 이슬람 최고 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와 메디나에서 4일(현지시간) 시작됐다. 하지는 오는 9일까지 최장 엿새간 이어진다.
국영 SPA 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 당국은 이번 하지 기간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순례객이 열사병, 탈수증 등 건강 문제를 겪을 수 있다고 보고 대비 중이다.
사우디 보건부는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 사이에는 직사광선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성지에서 이동할 때는 양산을 쓰고 수시로 물을 마시라고 권고했다. 또 가볍고 밝은 옷을 입어 몸에 열이 흡수되는 것을 최소화하라고 당부했다.
하지에는 매년 100만명이 넘는 순례객이 모인다. 사우디 당국에 따르면 작년 하지 때 온열질환으로 총 1301명이 숨졌다. 직전 해 사망자 200여명의 6배가 넘는 수치였다.
사우디 당국은 순례 경로에 냉방장치 400대를 설치하고, 그늘 면적을 작년보다 5만㎡ 늘리는 한편 의료진 수천명을 추가로 배치하는 등 폭염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 메카 전역에 무인기(드론)를 띄워 확보한 현장의 실시간 영상을 인공지능(AI) 기술로 분석해 인파 과밀에 따른 사고 위험을 관리할 방침이다.
앞서 2015년 9월 하지에서 메카 인근 미나 지역에 순례객들이 밀려 넘어지며 2000명 넘게 압사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1990년 7월엔 하지에 이어지는 이드 알아드하(희생제) 때 메카로 가는 보행용 터널에서 1400여명이 압사했다.
매년 이슬람력 12월 7∼12일 치러지는 하지는 무슬림이 반드시 행해야 할 5대 의무(기둥) 중 하나로 가장 성스러운 종교의식이다. 재정 여건이 허락하는 한 일생에 반드시 한 번은 이슬람 발상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