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원식 국회의장(오른쪽 두 번째)과 부인 신경혜 여사가 3일 오전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된 80주년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의 환영을 받고 있다./사진=CCTV캡쳐
우원식 국회의장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과 악수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는 오는 10월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 정상회의 참석을 공식 요청했다.
우 의장과 부인 신경혜 여사는 3일 오전 중국 베이징 톈안먼(천안문)광장 일대에서 진행된 중국 80주년 전승절(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기념일) 행사에 참석했다. 현장에 도착한 우 의장 내외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펑리위안 여사 내외가 마중했다.
우 의장은 이후 시 주석 등을 따라 톈안먼 망루에 올라 열병식을 참관했다. 우리 최고위급이 톈안먼 망루에 선 것은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70주년 전승절 열병식 참석 이후 10년만이다.
우 의장은 이날 김 총비서와도 대면하고 악수했다. 국회의장실은 "(우 의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총비서)과 열병식 참관 전 수인사를 나눴다"고 전했다. 우리 정치지도자와 김 총비서 간 접촉은 2019년 6월 30일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 총비서 간 판문점 회동 이후 처음이다.
본 행사장인 톈안먼 망루 위에서는 시 주석을 중심으로 왼편에 김 총비서가, 오른쪽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앉았다. 우 의장 내외는 푸틴 대통령 방향으로 거의 끝자락 위치에 착석했다.
북중러 세 정상이 톈안먼 망루에 함께 선 것은 탈냉전 이후 처음이다. 구소련을 포함해도 1959년 이후 66년만이다. 시 주석이 반서방 진영의 구심으로 존재감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우 의장은 이 현장에 함께하며 동북아 다자외교 무대에서 존재감을 지켰다.
중국과 대화채널의 '급'을 유지했다는 의미도 있다. 시 주석은 이날 행사에서 최근 실각설을 반박하듯 건재를 과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우 의장까지 불참했다면 한중 간 고위급 대화 명분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었다.
우 의장은 오는 10월 말~11월 초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의 참석을 공식 요청했다. 의전서열 2위이며 입법부 수장인 우 의장이 방중해 직접 초청 의사를 전달한 셈이다.
푸틴 대통령에게는 한러 간 경제협력 강화를 당부했다. 우 의장은 "러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130개 우리 기업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 의장에게 '남북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또 '북러 정상회담 기회에 김 총비서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기를 원하는지'를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승절 당일 일정을 마친 우 의장은 "남북이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여러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켜 나가는 일이 지금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4일 공식 카운터파트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의 국회) 상무위원장과 면담한다. 오후에는 중국 경제·과학기술·미래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딩쉐샹 부총리와 만난다.
한 국내기업 중국 현지법인 관계자는 "우 의장의 방중을 통해 경직됐던 한중 양국 기업 관계에도 새로운 경제 협력의 물꼬가 트이기를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