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광복 80주년이지만 일제에 의해 저질러진 강제동원의 진상은 미궁 속에 빠져 있다. 관련 자료 상당수가 은폐돼 있고 일본 정부는 사실을 부인하는 상황이다. 진실 조사 착수는 커녕 반성과 사과조차 없다. 실용외교를 내건 이재명 정부에서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우호적 관계를 예상하나 과거사에 대해선 분명하고 강경하게 메시지를 내야 하겠다. 우리 대법원이 판결한 강제징용에 대한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일본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도광산의 반쪽 추모식도 성의 부족으로 파행됐다. 파면으로 물러난 윤석열 정권에서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왔던 만큼 새 정부에서는 달라야 한다. 폭발성 강한 민감한 사안이라도 피해가선 안 되는 이유가 또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연구자 다케우치 야스토씨와 함께 일본 국립공문서관에서 새롭게 발굴한 밀리환초 피해자 명부를 공개했다. 일본군은 1945년 태평양 전쟁 당시 군사시설 건설을 위해 조선인 수백명을 대상으로 중노동을 시켰으며, 인육을 먹인 것에 대해 저항하자 집단학살을 자행했다. 명부에 따르면 강제동원된 조선인은 총 640명이며, 이 중 99%에 해당하는 635명이 전남 출신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마셜제도 콰잘레인·루오트환초 등지에 강제로 차출됐던 피해자는 677명으로 다수가 전남, 경기, 경상도 일원이었고, 괌 지역에서 숨진 조선인 96명 가운데 75명도 전남 출신으로 나타났다. 야스토 씨는 “유족,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과 식민주의 극복을 위한 진상 규명, 유골 반환, 정신 계승이라는 과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지금까지 숨기고 있는 자료를 빠짐없이 내놓고 후속 조치를 차근차근 이행해야 한다.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동북아지역 안정을 위한 외교 안보상의 동맹 뿐 아니라 경제와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친 미래지향 관계의 진전을 위해서도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역사적 진실은 결코 가릴 수 없으며, 언젠가 드러나게 돼 있다. 이 대통령과 새 정부도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인 시각으로 실타래를 풀어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강제징용, 위안부 등에 있어 일본 측 스스로 신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도록 적극 압박해야 한다. 아무리 전략적 이해가 커지는 동반자라고 해도 이상의 난제를 풀지 못하면 국민적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과거사 해법이 대전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