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마늘·양파 농가를 뒤흔든 저율관세할당(TRQ) 증량이 졸속 심의로 결정됐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증량 결정을 내리면서 평균 나흘도 못되는 기간의 서면 회의만 거쳤고, 필수 서류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2일 이같은 내용의 ‘농산물 수입 및 양곡 매입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의 2022년 7월∼2024년 9월 TRQ 증량 결정 과정에 절차적 정당성이 있었는지 감사해달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TRQ 증량은 농식품부의 농축산물무역정책심의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기재부는 농식품부가 ‘시장접근물량 증량에 관한 규칙’에 따른 근거 자료를 기재부에 제출하면 이를 검토해 최종 증량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농축산물무역정책심의회는 2022년 7월∼2024년 9월 열린 22차례 회의를 모두 서면으로 진행했다. 감사원은 해당 기간의 심의 안건 중 5건은 서면 심의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마늘·생강·양파 등 국내 농가에 영향이 큰 품목의 증량조차 대면 회의 없이 서면으로 결정한 점을 문제 삼았다.
심의는 평균 3.9일 만에 속전속결로 마무리됐고, 내용도 부실했다. 법정 기준인 7일을 채우지 못한 채 급하게 진행됐으며, 위원들에게는 간단한 명세 수준의 자료만 제공됐다. TRQ 증량 사유나 수입 물량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포함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심의회가 농축산물 수출입 정책의 합리적 조정이라는 설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감사원은 농식품부 장관에게 심의회 운영을 철저히 관리하고, TRQ 증량 시 필수 서류를 빠짐없이 제출하도록 했다. 기재부 장관에게도 자료가 누락된 상태에서 증량을 결정하지 않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한편 농해수위는 농식품부가 맥아 TRQ 증량 과정에서 ‘국내 생산농가 없음’이라는 허위 내용을 기재했다는 점, 또 농협 채권을 활용해 양곡을 매입·정산하는 과정이 국고채무부담행위에 해당함에도 국회 의결을 받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감사원은 두 사안에 대해선 정부 행정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감사를 종결 처리했다.
김소진 기자 sjkim@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