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개인 행동 메시지가 때로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개인적 실천을 강조하는 교육이 오히려 집단적 해결책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제학술지 PNAS Nexus에 발표된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많은 미국인들이 탄소 배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개인 행동을 잘못 인식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사람들이 재활용이나 전구 교체와 같은 익숙한 행동이 기후 변화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과대평가하는 반면, 장거리 비행을 줄이거나 소고기 소비를 줄이는 것과 같은 행동의 효과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를 이끈 마달리나 블라세아누 스탠퍼드 도어 지속가능성대학 조교수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탄소 감축에 미치는 실제 영향을 매우 잘못 이해하고 있다”며 “재활용을 하면 지구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비행을 줄이는 것이 더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약 4,000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21가지 개인적 행동이 탄소 배출에 미치는 상대적 효과를 학습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행동 효과를 직접 예측하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는 '능동적 학습' 그룹에 배정됐으며, 또 다른 그룹은 정보를 단순히 전달받는 '수동적 학습' 그룹이었다.
연구 결과, 학습을 진행한 두 그룹 모두 저탄소 식단과 같은 효과적인 생활 방식 변화를 더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특히, 처음에 기후 상식을 가장 잘못 알고 있던 사람들이 교육 후 가장 큰 태도 변화를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부작용이었다. 교육 과정에서 개인적 행동만 강조된 경우, 참가자들의 기후 집단 행동 참여 의지가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기후 친화적인 후보자에게 투표하거나 공개 시위에 참여하려는 의지가 줄어든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기후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직면한 핵심 과제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즉, 사회적 연대와 집단 행동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개인 행동의 중요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 캐나다 연방 선거 사례를 분석한 기존 연구에 따르면, 기후 관련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한 표가 장거리 비행을 피하는 것보다 20배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블라세아누 교수는 “모든 집단 행동이 생활 방식 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를 능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있지만, 이를 실증적으로 정량화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사람들의 행동 유인은 개인과 집단에서 다르게 작용한다는 점도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개인 행동의 경우 ‘쉽게 할 수 있다’고 느낄 때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집단 행동은 ‘이 행동이 실제로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공화당 지지자들보다 학습 내용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데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점도 보여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의 목표는 특정 운동을 지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와 행동의 본질을 과학적으로 탐구하는 데 있으며 기후 변화라는 복잡한 사회적 과제를 통해 인간의 의사결정 방식을 이해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연구에서는 정보 제공 방식에 따라 개인 및 집단 행동 촉진 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추가로 실험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객관적 문해력 교육과 감성적 스토리텔링 중 어떤 접근이 더 효과적인지 비교하는 연구가 이어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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