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같이 고운 임을
작자 미상
꽃같이 고운 임을 열매같이 맺어두고
가지가지 뻗은 정을 혼백인들 잊을소냐
행여나 모진 광풍(狂風)에 낙엽될까 하노라
-악부(樂府) 고대본(高大本)
한국과 일본의 전통시
사랑이 맺어지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그러나 이 시조의 작자는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마음의 가지가지 뻗어 오른 정을 넋인들 잊겠는가? 이 세상은 험한 곳이고, 예상치 못한 일도 일어난다. 나의 사랑이 미친 바람에 낙엽처럼 떨어지지 않을지 염려가 된다.
한국인으로 일본의 전통 정형시 단가를 평생 써온 손호연 시인은 부군을 잃은 슬픔을 이렇게 읊었다.
“그대여 나의 사랑의 깊이를 떠보시려 잠시 두 눈을 감으셨나요.”
이 기막힌 절창은 일본 아오모리에 시비(詩碑)로 서 있다.
일본에는 전통시 하이쿠와 단가가 있고, 우리에게는 전통시 시조가 있다. 하이쿠와 단가는 한 줄로 쓰며, 시조는 석 줄로 쓴다. 촌철살인의 일본 전통시는 세계 문학이 되었고, 기승전결(起承轉結)의 우리 시조는 최근 서구에 활발하게 소개되고 있다.
사랑의 노래를 한국과 일본의 전통시로 읊는다. 그 유구함이여!
유자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