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땡큐·멜라니아에게 쓴 편지’···트럼프 사로잡은 젤렌스키의 3가지 전략

고성 끝 파국으로 끝난 지난 2월 정상회담의 악몽은 사라졌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웃음과 농담이 오가는 가운데 비교적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전례 없는 ‘외교적 참사’로 기록된 6개월 전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칼라가 있는 재킷과 셔츠 등 정장풍의 옷을 입고 나타났으며, 부인 올레나 젤렌스카 여사가 멜라니아 여사에게 쓴 서한을 전달하고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샀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에 도착했을 때부터 지난 2월 회담과 분위기가 달랐다. 정장 느낌의 새로운 디자인의 재킷을 착용하고 나타난 젤렌스키 대통령이 차에서 내리자 트럼프 대통령은 악수를 나누고 어깨와 등을 두드리며 친밀감을 나타냈다. 지난 회담에서 삼지창 문양이 새겨진 셔츠와 군복 스타일 바지를 입고 온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오늘 잘 차려입었네”라고 비아냥거린 것과 대조됐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왜 양복을 입지 않았냐”고 질문했던 보수 성향 방송 ‘리얼아메리카보이스’의 브라이언 글렌 기자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정장 차림이 멋지다”고 칭찬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나도 똑같은 말을 했다”고 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글렌에게 “그런데 당신은 (2월에 입었던 것과) 똑같은 정장을 입고 있다”고 농담을 건네는 여유를 보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바뀐 옷차림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자신의 ‘승리’로 받아들여졌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쇼를 주도하고 있다는 신호”로 여겨졌을 것이라고 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젤렌스카 여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에게 보내는 서한을 전달하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당신(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라 부인께 보내는 편지”라고 말하자 좌중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지난 2월 회담에서 J D 밴스 미국 부통령으로부터 “감사할 줄 모른다”는 면박을 당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 유럽 지도자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노력해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아주 좋은 대화”를 나눈 것에도 감사를 표했다. 또 멜라니아 여사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러시아에 납치된 어린이 등 전쟁 피해 아동을 염려하는 서한을 보낸 것에 감사를 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 뿐 아니라 백악관에 동행한 마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유럽 정상들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거듭 감사를 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발언한 4분30초 동안 약 11차례 감사를 표했다며 “유럽 및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지도자들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을 칭찬하며 감사의 합창을 펼쳤다”고 평했다. WP는 “젤렌스키와 그의 유럽 동맹들은 트럼프를 우크라이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트럼프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를 표하는 전략을 고수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젤렌스키 대통령을 맹렬히 비난하며 ‘매복 공격’을 펼쳤던 밴스 부통령은 6개월 전과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지만 이번에는 침묵을 지켰다. 언론에 공개된 발언 시간 내내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만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