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발상’ 1루수 문보경 카드, 25년 가을 이어 26년 봄도 빛낼까

2025-11-05

LG 문보경의 프로 첫 1군 무대는 2021년 5월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였다. 문보경은 첫날 1루수로 출전했다. 신일고 시절 주포지션이 3루수이던 문보경은 그즈음 1군 합류를 앞두고 속성으로 1루 수비를 익힌 끝에 1루수로 첫 1군 경기에 나섰고, 경기 후반 주전 3루수 김민성(현 롯데)이 빠진 뒤에야 3루수로 이동했다.

1군 데뷔전 3타석만에 1군 첫 안타를 생산했다. 다음날에는 삼성 외인 에이스이던 뷰캐넌을 상대로 라팍의 중앙 담장 너머 백스크린을 때리는 마수걸이 홈런까지 쳐냈다.

문보경은 타격만 놓고 보면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소속팀 대선배이던 박용택에게 “제가 방망이는 좀 칩니다”라며 당돌함을 보이던 시절이기도 하다.

당시 LG 사령탑이던 류지현 현 WBC 야구대표팀 감독은 문보경의 타격 재질을 살리려 내야진을 유연하게 움직인다. 3루수 문보경이 1루수로도 점차 활용 가치를 높이기 시작한 출발점이었다.

문보경은 그해 1루수와 3루수를 오가면서 1루수로 무려 191타석이나 소화했다. 이듬해 2022시즌에는 리오 루이즈와 로벨 가르시아 등 2루수 또는 3루수로 기대한 외인 내야수들이 부상과 부진으로 허덕이는 틈에 문보경은 3루수로 출전 빈도를 높였지만, 1루수로도 77타석을 기록했다.

지난주 끝난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LG가 수비싸움에서 한화를 앞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1루수 문보경’이 있었다. 염경엽 LG 감독은 멀티 포지션 플레이어로 수비력이 좋은 구본혁을 3루수로 기용하며 주전 3루수이던 문보경을 1루수로 움직였다. LG는 결과적으로 양쪽 코너 내야수 자리가 모두 강해지는 효과를 봤다. 문보경의 데뷔 시즌 스토리가 LG의 올해 한국시리즈 해피엔딩으로 이끈 씨앗이 된 셈이다.

‘1루수 문보경 카드’는 국제무대에서 빛날 가능성이 생겼다. 체코, 일본과 평가전을 앞두고 소집훈련 중인 야구대표팀에는 젊고 실력 있는 리그 정상급 3루수들이 5명이나 포함돼 있는데 류지현 감독이 3루수 자원 중 한명을 1루수로 돌려 1·3루수들의 공격력과 수비력을 모두 살리는 길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대표팀 3루수 자원은 문보경을 비롯해 송성문(키움), 노시환(한화), 김영웅(삼성), 한동희(상무) 등으로 대부분 공격력과 수비력을 갖추고 있다. 리그에 도드라진 전문 1루수 자원이 없는 가운데 이들 중 일부는 1루수를 겸하는 밑그림이 완성되고 있다. 이중 문보경은 1루수로 믿고 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가 돼 있다.

문보경은 1루수로 이미 인정받은 덕분에 내년 3월 열리는 WBC에 최종 선발될 가능성 또한 높이고 있다. WBC 같은 단기전에서는 멀티 포지션 플레이어의 가치가 더욱 더 커지기 마련이다.

1루수로 올해 가을야구에서 큰 축복을 받은 문보경은 내년 봄에도 1루수로 날아오를까. 문보경에게 1루수 미트가 이토록 큰 무기가 될 줄은 아마 5년 전 1군 무대에 처음 올라갔을 때만 해도 아마 짐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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