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불기 2569년이다. 서기로는 2025년,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해를 기준으로 544년을 더한 불교의 연호다. 몇 년 전, 완주 송광사 도영 회주 스님께서 여름 음악회 법문 중에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으로 살아야 행복하다고 말씀하셨다. 그때부터 나도 스스로에게 자주 되뇌인다. “이만하면 됐지” 과욕을 경계하고, 나를 다독이는 주문처럼 혼자말로 중얼거린다.
지난 해, 나는 정토불교를 공부하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에 귀의하였다. 그리고 매일 아침 천일결사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침 기도는 나에게 주는 가장 따뜻한 선물이고, 나를 다스리며, 하루를 새롭게 다짐하는 시간이다.
앞만 보고 달려오던 삶이 다다익선과 완벽주의에 갇혀 있었음을 이제야 돌아본다. 그러나 한계 앞에서 길을 찾아야 했다.
수행자의 삶은 나를 편안하게 해주었고, 매일을 선물처럼 받아들이게 했다. 삶을 향한 시선이 달라진 것이다.
지난해 연말, 수필가로 등단하면서 글쓰기에 대한 마음도 깊어졌다. 글을 쓰기 시작하니, 자연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다. 꽃잎 하나 하나, 꽃수술 하나 하나, 연초록 나뭇잎의 미세한 변화까지 세심하게 바라보게 되었다. 생명의 경이로움 앞에서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인간에 대한 이해 또한 깊어졌다.
며칠 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선종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문학을 사랑하셨던 교황은 “삶을 직시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데 문학은 필수적”이라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분의 남은 재산은 단 100달러(14만원), 보수마저 거부한 삶이었다.
또한 평범하지 않은 어른, 김장하 선생께서 말씀하셨던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말도 생각난다. 가득 찬 곳간에도 만족을 모르는 이들이 많은 세상에서, 그분들의 삶은 더욱 빛난다.
오늘 우연히 본 유튜브 영상에서 월성 스님은 말씀하셨다. “불교의 핵심은 팔정도요. 쉽게 말하면 ‘소욕지족(少欲知足)’입니다.” 덜 바라고, 만족할 줄 아는 삶은 이 시대가 잃어버린 가르침이 아닐까? 부처님은 왕자의 삶을 뒤로하고 고행과 수행을 통해 삶의 본질을 깨달으셨다. 그리고 온 인류에게 가장 위대한 지혜를 남기셨다.
나 역시 오늘, 아침 햇살 아래 조용히 읊조린다.
“이만하면 됐다” 그리고 다시 한 걸음, 선물 같은 하루를 걸어간다.
박덕규 <완산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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