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차려주는 치유의 식탁, 제철 나물의 힘

2025-04-30

[전남인터넷신문]나물이 가장 풍성한 봄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깨우고 기운을 북돋우는 데는 봄나물만 한 것이 없다. 냉이, 달래, 씀바귀, 두릅, 취나물, 돌나물 등이 대표적이다. 냉이는 철분과 비타민 A가 풍부해 빈혈 예방에 좋고, 간 기능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달래는 특유의 매운맛을 내는 알리신 성분이 혈액순환을 도우며 면역력을 높여준다. 씀바귀는 간을 해독하고, 쌉싸래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봄나물은 흔히 ‘해독식’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몸속에 쌓인 독소를 배출하고 신진대사를 촉진해 몸의 기운을 정돈해준다.

여름에는 더위를 이기고 몸의 열을 내리는 나물들이 주를 이룬다. 대표적으로 미나리, 고사리, 방풍나물 등이 있다. 미나리는 해열 작용과 해독 기능이 뛰어나며, 간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방풍나물은 이름처럼 풍을 막고 몸의 기운을 보하는 데 쓰이며, 여름철 식욕 저하나 두통 완화에 좋다. 여름나물은 대부분 수분 함량이 높아 탈수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가을과 겨울에는 뿌리가 깊은 나물들이 등장한다. 도라지, 더덕, 마, 우엉, 시래기 등이 그 주인공이다. 도라지와 더덕은 사포닌이 풍부해 기관지 건강에 좋고, 감기 예방과 가래 해소에도 효과적이다. 마와 우엉은 위장을 보호하고 소화 기능을 돕는데 쓰이며, 시래기는 섬유질이 많아 장 건강에 유익하다. 찬 바람이 부는 계절에 따뜻한 나물국 한 그릇은 몸을 덥히고 기력을 회복시키는 데 큰 힘이 된다.

나물의 또 다른 매력은 나물을 캐고, 다듬고, 손질 및 조리 과정 그 자체에도 있다. 나물을 데치고, 물기를 짜고, 소금과 참기름으로 무치는 일련의 과정은 단순한 조리를 넘어 ‘일상의 명상’이 된다. 자연의 향을 맡고, 손끝으로 질감을 느끼며, 천천히 나물을 무치는 행위는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는 시간을 만들어준다. 정신적으로 지친 현대인에게는 이처럼 느린 시간 자체가 치유가 된다.

계절의 흐름을 몸으로 느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제철 음식을 먹는 일이다. 그중에서도 나물은 가장 한국적인 방식의 계절 섭취법이다. 봄에는 해독과 활력, 여름에는 열 제거와 수분 보충, 가을과 겨울에는 보온과 면역 강화. 각 계절에 맞는 나물은 단순한 영양 공급을 넘어 자연이 제공하는 약이 된다.

우리는 너무 많은 인공조미료와 가공식품에 익숙해져 있다. 나물의 순한 맛, 흙 내음, 향긋함은 그런 자극적인 음식에서 지친 미각을 회복시켜 준다. 또한 나물은 대부분 채취와 유통 과정에서 큰 환경 부담이 없어 지속가능한 식문화에도 부합한다.

제철 나물은 그 자체로 음식이자 약이며, 자연과 연결되는 고리다. 봄에는 쑥국을, 여름엔 미나리 겉절이를, 가을에는 도라지 무침을, 겨울엔 시래기국을 끓여 먹는 일. 그것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계절을 먹고, 자연과 조화하며, 나를 돌보는 삶의 방식이다.

지금은 산과 들뿐만 아니라 전남의 전통시장에서도 취나물, 고사리, 두릅, 돌나물, 머위 등 봄나물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시기이다. 전남 나물에 관한 연구(농어촌관광학회지 27(1):65-76)에 의하면 “4월 초부터 5월 중순까지 전남 동부 지역 7개 시군의 9개 오일장에서 판매되는 나물의 종류 수는 총 34종류였으며, 지역의 시장별로는 11-26종류였는데 광양 26종류, 구례 25종류, 여수 22종류, 순천 21종류 순으로 많았다.”라는 결과가 있다.

전통 시장에 가면 아직은 남도의 제철나물을 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5월 초 연휴 기간에라도 남도의 제철나물을 구입해서 식탁에 올리고, 맛보면서 봄을 즐기고, 제철 나물의 힘을 빌려 건강까지 챙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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