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1년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의·정 갈등 해결 의지를 밝히면서 정부가 미복귀 의대생과 전공의를 위해 마련할 출구 전략에 의료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하반기 복귀 문은 열어주되 미복귀 의대생·전공의가 요구하는 특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바뀌면서 (정부를 향한 의료계의) 불신이 완화된 거 같다"며 "이번 2학기에 가능하면 (의대생이나 전공의가)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을 정부 차원에서 많이 만들어내야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구체적인 조치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복귀 여건 마련을 시사하면서 의료계에서는 이달 중 예정된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나 다음 달 2학기 개강 전후로 특례 등이 논의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의대생·전공의 수백 명이 모인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는 이날 "수련 기간을 6개월 단축하면 된다", "2학기 언급을 했다면 1학기 수업을 들은 걸로 쳐준다는 뜻" 등과 같은 반응이 나왔다. 상당수는 지난 6개월간 교육·수련 공백을 정부가 인정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앞서 의대생·전공의 단체는 현장 복귀를 위한 물밑 작업에 착수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최근 대통령실에 ▶학사 유연화 ▶24·25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더블링' 문제 해결 ▶의·정 거버넌스 구축을 담은 요구안을 전달했다고 한다. 학사 유연화란 수업·실습에 참여하지 않은 미복귀 의대생에게 학사 규정을 유연하게 적용해 진급이나 졸업을 가능하게 해주는 조치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수련병원 복귀를 위한 대정부 요구 조건을 파악하기 위해 전날(2일)부터 회원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요구 조건을 꼽게 한 설문 항목에는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료개혁 실행방안 재검토 ▶입대 전공의 및 입영 대기 상태의 전공의에 대한 수련의 연속성 보장 ▶의대생 학사 유연화 등이 포함돼 있다.
민주당 "대통령 발언은 '특혜 약속' 아니다"
하지만 정부나 여당은 특례 요구에 선을 긋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의대생·전공의가 교육과 수련의 질을 높여달라고 그렇게 요구해놓고 의대생이 공부 안 한 것을 공부한 것으로, 전공의가 수련하지 않은 것을 수련한 것으로 인정해달라는 건 말이 안되는 일"이라며 "대통령 발언은 특혜를 약속한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가능한 범위 안에서 복귀 여건을 만들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정례적인 하반기 모집을 통해 전공의 복귀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군 미필 전공의가 복귀해 수련을 이어간다면 입영을 유예해주는 입영 특례에 대해선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가 요구하는 '수련 기간 6개월 단축', '전문의 시험 추가 시행' 등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일부가 요구하는 특혜를 주는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의 한 사립대 총장은 "지금도 다른 단과대 학생들이 '우리가 의대생처럼 하면 바로 제적'이라며 항의한다"라며 "학칙을 어기고 의대생들의 유급, 제적을 풀어주면 총장이 역으로 직권남용 소송에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수련기간 단축·학사 유연화를 적용하면) 1년에 한 번 치르는 의사 국가고시, 전문의 시험을 10년에 걸쳐 두 번씩 치러야 하는 등 사회적 부담이 너무 커진다"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추가 이후 정부 정책 전반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며 "수차례 특례에도 복귀하지 않던 이들에게 특례를 또 준다면 먼저 복귀한 이들이 곤란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의대생·전공의 복귀를 둘러싼 논의는 이달 말 전공의 모집,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과 맞물려 본격화할 전망이다. 올해 수련 병원에 복귀한 한 전공의는 "정부를 믿고 복귀해 그동안 의료 현장을 지켜온 전공의가 우선이 돼야 한다. 정부는 원칙을 지켜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