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보인 강훈식 비서실장···태안화력 사망사고 유족 ‘조사요구’ 직접 수령

2025-06-06

6·3 대선 하루 전인 지난 2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복이 기계에 끼어 숨진 고 김충현씨의 유족과 사망사고대책위원회 관계자 등이 6일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진상조사 요구안’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이 사망사고는 2018년 같은 발전소에서 발생한 고 김용균씨 사망사고와 판박이 같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7년이 지나는 동안 하나도 달라지지 않은 노동 현장을 여실히 드러낸 사고였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이례적으로 대통령실 앞까지 나와 유족 등이 전달한 진상조사요구안을 직접 수령했다. 갓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노동자 안전사고와 중대재해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강 비서실장은 이날 대통령실 건너편에 있는 전쟁기념관 앞에서 유족과 사고 대책위원회 관계자 등을 만나 진상조사요구안을 받았다. 강 실장은 “안전조치 등이 됐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사고인데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 이재명 정부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7년 전에 고 김용균 선생님이 사고를 당한 같은 장소에서 또 이런 일이 일어나 저희도 많이 당황스럽고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더군다나 고인께서 옷이, 작업복이 말려 들어가서 그런 일이 벌어진 걸 보고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이어 “노동자의 안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이재명 정부이기 때문에 후속 조치가 잘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장 협력업체 분들도 트라우마가 많으실 것”이라며 “트라우마 (치유) 지원도 아끼지 않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 실장의 발언은 이 대통령이 ‘국민 안전’을 국정의 최우선 가치로 두겠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틑날인 전날 안전치안점검회의를 주재하며 “국가의 존재 이유 중 가장 큰 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며 “막을 수 있었는데 부주의나 무관심으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엄정하게 책임을 묻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지난 달 20일에는 “목숨 걸고 일터로 가는 세상,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고 김용균씨의 모친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도 현장을 찾았다. 김 이사장은 강 실장에게 “(제가) 용균이 엄마”라며 “제발 이번 대통령만은 정말 믿을 수 있도록 잘 부탁드린다. 잘 해결해 달라”고 당부했다. 강 실장은 김 이사장의 손을 부여잡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고 김충현씨 유족 앞에서는 허리를 깊게 숙였다. 그는 “저희가 최선을 다하겠다. 이전 정부와는 다르게 이 정부에서만큼은 노동자가 더 눈물 흘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태성 태안화력사망사고 대책위원장은 “노동자의 죽음이 진짜 민생”이라며 “그 죽음을 끊어내는 정부가 꼭 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대통령비서실장이 이 서한을 받으러 나온 것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며 “그만큼 의지가 강하다고 이해해 달라”고 했다.

면담이 끝난 뒤 진상조사 요구안을 들고 대통령실로 복귀하는 강 실장이 손으로 양쪽 눈가에 맺힌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목격됐다.

대통령실 내부적으로는 참모진 인선 중이어서 ‘경찰서장이 진상조사 요구안을 받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그러면 안 된다”고 했고, 강 실장도 “직접 나와서 받는 게 맞다”고 하며 요구안을 유족으로부터 직접 수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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