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제약바이오산업 '게임체인저'로 떠오른 인공지능(AI) 신약개발 분야 지원을 확대한다. 단기 지원에 그치지 않고 중·장기 발전전략을 수립해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의 세계 진출을 돕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최근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 발전전략 수립과 지원사업 발굴 연구에 착수했다. 올 연말까지 AI 신약개발 기술 변화와 주요국 지원정책을 분석하고 국내 지원정책 문제점 진단, 정부 지원사업 도출 등을 실시한다. 보산진은 AI 신약개발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유치, 산학연 지원체계 등 사업모델 구축 방안을 단기·중기·장기로 나눠 제시하기로 했다.
AI는 2010년대 중후반부터 신약개발에 도입되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기존에는 개발 대상 질병을 선정하고 연구자가 수백 편의 논문을 일일이 찾으며 후보물질을 추렸지만, AI가 대신 빠르게 수행한다. 단백질 3차원(3D) 구조와 화합물 빅데이터를 계산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질병과 연관성이 높은 임상 환자까지 찾아 신약개발 속도를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일라이릴리는 오픈AI와 협력해 항생제 내성 극복 항균제를 개발하고, 암젠은 엔비디아와 협력해 인체 데이터 분석 생성형AI 모델을 구축하는 등 글로벌 제약사는 AI를 접목한 신약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음달 7일 열리는 '바이오코리아 2025' 기조연설을 AI 신약개발 기업 인실리코 메디슨의 알렉스 자보론코프 최고경영자(CEO)가 맡는 등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도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세계적으로 AI를 도입해 신약개발 패러다임이 바뀌는 데 비해 국내는 산업 기반이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보산진 관계자는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은 선도·후보물질 발굴, 최적화 등 초기 단계에 집중됐고 규제 대응, 임상시험 네트워크 부족 등 문제로 해외 진출에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 바이오·AI 육성 정책과 연계해 AI 신약개발 기업이 해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보산진은 글로벌 제약기업 관점에서 비임상·임상 성공 기준, AI 신약기업과 선호하는 협업 방식, 투자 경험 등을 파악해 국내 AI 신약개발 기업의 해외 협력을 모색한다. 중장기 발전전략에 부합하는 신규 지원사업도 검토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AI 신약개발 산업 발전을 위해선 데이터 개방과 표준화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제약사가 자체 AI 신약개발 플랫폼으로 독자 개발하는 현재 구조로는 축적된 데이터 활용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윤희정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최근 'AI를 활용한 혁신 신약개발 동향·시사점' 보고서에서 “신약개발은 임상시험부터 환자 기록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데이터가 생성되는 산업인 만큼, 일관성과 정확성이 담보된 데이터 표준화 필요하다”면서 “소규모로 분절화돼 추진되는 국내 AI 신약개발 현주소를 진단하고, 전략적 파트너십 확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