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팝, K뷰티가 포문을 연 K브랜드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관심이 식지 않을 기세다. 한국 뷰티 산업의 경우, 이제 곧 내수보다 수출이 더 많아질 전망이다. 2024년 수출액이 85.5억달러(약 12조원)로, 2015년 24억달러에서 3.5배 이상 성장했는데, 이는 국내 시장 규모(17조원)에 근접한 수치이기 때문에 이를 뛰어넘는 것은 시간문제다. 해외에 나가보면 K뷰티 브랜드들은 인디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대기업 브랜드까지 탄탄하게 시장에서 위치를 점유해나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상대적으로 K푸드, K패션 등 타 분야의 인디 중소 브랜드들의 선전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내수 시장에서 성공 이후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브랜드들이 있지만 이미 글로벌 시장에는 수많은 경쟁자가 포진해 있고, 후발주자로서 진입 장벽은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다. 반면 처음부터 글로벌을 목표로 비즈니스를 설계한 브랜드는 최초에는 성장 속도가 더딜 수 있으나 포문을 열고 나면 훨씬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다.
그렇다면 K브랜드가 어떻게 글로벌에서 시작해 성장할 수 있을까? K뷰티 브랜드의 성공 사례에서 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K뷰티 브랜드의 글로벌 성장 특징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제품과 함께 브랜드 스토리를 구축한다. 둘째, 크리에이터 및 인플루언서와 관계에 주력한다. 셋째, 해외 바이어 및 샘플링을 강화한다.
브랜드 콘텐츠 구축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초개인화된 미디어 채널이 점령하고 있는 시장에서 필수 요소다. TV CF가 주야장천 동일한 브랜드 콘셉트를 설파하는 것을 마케팅이라 부르는 시대가 종료되고, 각 브랜드에 맞는 이용자들이 브랜드로 직접 모여들어 스토리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시대다. 채널의 역할이 컸고, 그에 발 빠른 대응으로 K뷰티는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크리에이터를 발굴해 자연스럽게 자신의 제품을 세계 속에 드러냈다. 조선시대 미인들의 뷰티 루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브랜드 스토리텔링을 통해 미국, 유럽 등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조선미녀, 30가지 색상의 파운데이션으로 흑인 피부톤에 꼭 맞춘 파운데이션을 보유하며 인플루언서이자 크리에이터 '미스달시'를 통해 세계적 브랜드로 도약한 티르티르 등이 대표적인 예다.
두 번째는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와의 관계 및 협력이다. 크리에이터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8만여 명의 다국적 크리에이터들의 참여한 캠페인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올해 1분기 대비 2분기에 조회수가 97%, 좋아요 수 75%, 코멘트 수 24% 늘어났다. 크리에이터들이 원하는 것은 협찬이나 광고뿐만 아니라, 실제로는 브랜드와 자신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관계'가 되는 것을 원한다. 각 크리에이터들도 결국 자신의 팔로어(구독자)들과의 신뢰 관계 및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 브랜드와 제품을 따져 고르며, 자신의 콘텐츠에 도움이 되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해외 바이어를 목표로 한 샘플링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K브랜드 시장이 커지면서 바이어도 늘어나는 추세로, 해외 진출 시 이들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성공의 지름길이다. 해외 시장은 국가별로 소비자 취향, 문화, 유통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국가별로 최대한 바이어를 선별해 매출 확대를 노려야 한다. 누리하우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브랜드가 바이어에게 제품을 미리 전달하는 샘플링(시딩)을 통해 아마존 트래픽이 약 300% 이상 상승했으며, 수출 문의 또한 150% 이상 상승하는 효과를 확인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은 이제 완성형이 됐다. 한국 감성과 제품력, 제품 개발 스토리는 잘 구성된 콘텐츠와 적절한 크리에이터와의 협력, 적극적인 바이어 타기팅 활동. 세 가지 조건이 있다면 세계 속에서 더욱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백아람 누리하우스 대표 aram@nuriha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