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 동료를 떠나보냈습니다”···배달라이더 100여명 ‘거리 추모식’

2025-08-12

전국 배달노동자 100여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도심을 가로지르며 숨진 동료를 추모했다. 이들은 “더 빠르게, 더 많이 일해야만 버틸 수 있는 이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외쳤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소속 배달노동자들은 12일 오후 경기 군포시에서 출발해 서울 서초구 반포역을 거쳐 용산 대통령실까지 행진했다.

최근 군포시와 반포역에선 배달노동자 2명이 잇달아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31일 반포역 인근에서 배달의민족 소속 A씨가 신호를 위반한 버스와 충돌해 숨졌고, 닷새 뒤인 지난 5일엔 군포시에서 쿠팡이츠 소속 김모씨(45)가 시내버스에 치여 사망했다.

잇단 사고 배경에는 배달플랫폼의 ‘리워드 인센티브’ 구조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플랫폼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배달률·수락률을 유지하면 배달노동자들에게 리워드(보상)를 지급한다. 쿠팡이츠의 경우 상위 그룹인 ‘골드플러스’ 등급을 받으려면 2주간 400건 이상, 수락률 9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배달의민족은 이달부터 수락률 기준을 강화했다. 배달 기본 단가는 낮다보니 리워드라도 받기 위해 배달 콜을 거부하지 못하는 구조다.

김씨도 사고 전날까지 리워드 조건을 채우기 위해 폭염 속 심야 배달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14시간 장시간 노동 뒤 충분히 쉬지 못한 채 배달을 하다 이튿날 변을 당했다. 고인은 가족의 생계를 홀로 책임져온 가장이었다. 노동자들은 “두 사고는 단순 교통사고가 아니다”라며 “야간 장시간 노동, 이륜차 안전이 배제된 도로 환경 등이 결합한 명백한 산업재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배달플랫폼 기업의 책임을 촉구했다. 이들은 “리워드·등급제는 단순한 인센티브가 아니라 집중력 저하와 과로를 일상화하는 구조”라며 “기본 단가를 정상화하고 안전운임제를 도입하라”고 했다.

정부의 실질적 대책도 요구했다. ‘배달 플랫폼 업종 산재 감축 최우선 업종 지정’ ‘오프라인 안전교육 의무화’ ‘이륜차 면허·자격 체계 전면 정비’ 등을 촉구했다.

노동자들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 개선 요구안을 전달한 뒤,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이동해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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