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 데뷔 후 2군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었던 키움 오석주(27)는 올 시즌 필승조로 거듭나며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16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오석주는 왜 팀에 필요한 선수인지를 스스로 증명해냈다. 설종진 키움 감독 대행은 팀이 3-1로 앞서던 8회 불펜 윤석원이 무사 1·2루 동점 위기를 자초하자 오석주를 서둘러 등판시켰다.
오석주는 첫 타자 두산 오명진에게 공 4개를 뿌려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고 제이크 케이브와는 풀카운트(3B-2S) 접전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홍성호에게는 공 3개로 헛스윙을 이끌어내며 역시 삼진을 잡았다. 오석주는 공 13개로 실점 위기를 지운 뒤 포효하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오석주와 선발 라울 알칸타라의 호투에 힘입어 키움은 4-1로 경기를 끝냈다. 오석주는 6홀드째를 쌓았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오석주는 “(동점 위기) 상황을 신경쓰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는 마음이 제일 컸다”며 “스스로 세리머니를 한 줄 몰랐다. 도파민이 많이 올라왔던 것 같다. 너무 기뻤나보다”고 웃었다. 이어 “(윤)석원이가 너무 고맙다면서 다음에 본인이 한 번 막아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2019년 LG에 입단해 프로 데뷔한 오석주는 2024시즌을 앞두고 2차 드래프트에서 키움으로 이적했다. LG에서 뛴 1군 경기는 25게임 뿐이다. 지난해 키움에서는 17경기 17이닝을 던져 평균자책 11.12를 기록했다. 올 시즌은 완전히 다른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16일까지 49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 3.81이다. 심지어 7월부터는 평균자책이 0이다. 무려 17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오석주는 “설종진 대행님께 감사하다. 키움으로 이적했을 때 2군에서의 생활이 길었는데 (당시 2군 감독이었던) 설 대행님과 대화를 많이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당시 내가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을 감독님이 보셨던 것 같다. 팀의 일원이 돼야 하는데 너무 혼자 다하려고 하면 안 되고 마음을 편안하게 먹으라고 말씀해주셨다”고 돌아봤다.
오석주는 “(무실점 기록에 대한 얘기를) 주위에서 많이 해주는데 (신경쓰지 않고) 그냥 경기 준비만 잘하려고 한다. 좋은 기록이니까 당연히 남은 시즌에도 계속 이어가고 싶다”며 “요즘 감독님이나 코치님들이 다 칭찬을 많이 해줘서 더 신나서 잘하게 되는 것 같다”고 웃었다.
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 커브에 포크볼까지 장착하면서 부쩍 자신감이 생겼다. 오석주는 “아무래도 단조로운 피칭에서 구종 하나가 추가되니 더 유리한 상황으로 끌고갈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진 것 같다. 스스로를 못 믿어서 계속 포크볼을 못 썼는데 그래도 결과가 나오다 보니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정규시즌 7경기를 남겨둔 키움은 10위에 머물러있지만 강팀들을 상대로 끈질긴 승부를 하고 있다. 9월 9경기 성적은 5승4패다. 오석주는 “자신의 경기를 하다 보면 성적은 따라오게 돼있다. 우리는 내년 시즌에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