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지난해 2월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의 복귀 문을 열어준 가운데 국회가 군 입대나 출산, 육아 등의 사유가 발생했을 때 수련 연속성을 법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9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 개정안을 지난 8일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은 전공의 총 수련시간을 4주 평균 주 80시간, 연속 근무를 36시간(응급상황 시 40시간) 범위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전공의의 일주일 평균 근무시간은 2016년 91.8시간에서 2022년 77.7시간으로 줄었다. 다만 국내 전공의들의 연속근무 시간은 여전히 선진국보다 긴 편이다. 미국과 일본은 주 근무시간이 우리와 같지만 연속근무 시간은 각각 24시간과 28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해 총 수련시간 및 연속근무 시간을 단축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다. 올 들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각각 전공의 수련시간을 단축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전공의 총 수련시간을 4주 평균 주 60시간, 연속근무를 16시간(응급상황시 24시간)으로 단축하는 조항은 앞서 발의된 3건과 유사하다.
이번 개정안은 출산·육아·질병·부상·입영 등 기본적 권리 사유에 의한 휴가·휴직 인정과 복귀 후 수련의 연속성 보장 등을 포함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 7일 제3차 수련협의체 회의에서는 사직 전공의가 이전에 근무하던 병원의 동일 과목·연차로 복귀할 경우 수련병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합의안이 마련됐다. 복지부는 미필 전공의들이 수련을 마치고 입대할 수 있도록 입영시기도 최대한 배려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미 입영한 전공의들에게 올 하반기 지원 자격을 부여해 달라는 의료계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개정안은 전공의가 출산·육아·질병·부상·입영 등의 사유로 휴가·휴직이 필요한 경우 이를 보장하고, 사유 종료 후 종전 수련 전문과목에 복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정당한 휴가·휴직 및 수련 연속성 보장 요구를 이유로 불이익을 주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휴가·휴직 기간에 면제된 수련 시간을 추가 근무로 메꾸도록 하는 관행을 차단하기 위해 4주 근무 시간 산정 시 휴가·휴직 기간을 포함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다만 의대생에 이어 전공의 복귀를 둘러싼 특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군 입대 전공의들의 수련 연속성을 보장하는 입법이 추진될 경우 부정적인 시각이 커질 수 있다.
이 의원은 “의료현장이 전공의에 대해 과도하게 의존하고 과도한 노동 강도를 요구하는 것은 전공의는 물론 환자의 안전도 위협한다”며 “전공의의 수련환경이 실질적으로 개선되고, 나아가 국민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여 나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