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주산업 패러다임 전환...중소기업이 이끌어야 할 때”

2025-08-11

루미르는 최근 초소형 SAR 위성 LumirX 3·4·5호기의 발사를 위해 SpaceX와 계약을 맺었다. 중소기업이 위성을 직접 설계·제작하고, 글로벌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발사 일정을 스스로 확보한 사례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이 계약은 기술력뿐 아니라 사업 추진력에서도 국제적 신뢰를 얻었다는 의미를 갖는다.

루미르는 2030년까지 총 18기의 군집 위성을 우주에 배치하고, 이를 통해 자체 영상 서비스의 상용화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진전에도 불구하고, 국내 위성 산업 전반에는 여전히 구조적 제약이 뚜렷하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형성된 산업 구조 속에서 중소기업은 기획자가 아닌 수행자의 위치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현재 글로벌 우주 산업은 민간 주도의 빠른 변화 속에 있다. 미국의 Planet Labs는 수백 기 위성을 운용하며 하루 단위의 지구 관측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고, 핀란드의 ICEYE와 미국의 Capella Space는 초소형 SAR 위성을 활용한 24시간 감시 체계를 상용화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위성 기획부터 제작, 발사, 데이터 분석, 서비스 제공까지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한다.

우주 산업의 중심축은 더 이상 발사체나 궤도 진입 기술에 머물지 않는다. 핵심은 위성을 활용해촬영한 영상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서비스로 연결하느냐이다. 그러나 한국의 산업 구조는 여전히 공공 발주 중심에 머물러 있으며, 민간이 주도적으로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는 제한적이다. 이는 기술 부족이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정부 과제 대부분은 대형 기업이나 연구기관을 주체로 편성되고, 민간 중소기업은 개발의 일부만을 맡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루미르는 SAR 탑재체와 위성 본체를 자체 기술로 개발하고 있으며, 0.3 m 해상도에서 나아가 0.15 m급 고도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지상국 인프라와 클라우드 기반 영상 처리 시스템, API 연계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통합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번 SpaceX와의 계약은 루미르의 전주기 역량이 실제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제 루미르는 위성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아니라 위성을 수단으로 활용하여 고성능 위성영상으로 겨레와 민족에 공헌하는 기업으로 도약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도약을 뒷받침해줄 산업 기반은 여전히 미흡하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우주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민간 기업이 자율적으로 위성을 기획하고, 직접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위성 개발과 영상 서비스의 구조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

지금처럼 폐쇄적 공급자 중심 산업구조를 벗어나 빠르고 유연하게 혁신적 기획이 가능한 민간 생태계로의 전환이 절실하다. 그것이 세계가 이미 채택한 방향이며, 대한민국이 놓치고 있는 기회다.

루미르와 같은 중소기업은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SpaceX와 체결한 이번 발사서비스 계약을 루미르의 사업으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이 계약은 대한민국 위성 산업이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물음표이며, 우리 산업구조가 과연 미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한 묵직한 경고다.

우주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산업 구조는, 과연 모두에게 열려 있는가?

지금이야말로 구조적 혁신에 대한 근본적 논의가 필요하다.

글: 이봉은 루미르 주식회사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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