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김영길 기자]
올 첫 시범도입 '숙련 외국인근로자' 채용
로봇·병역특례 한계극복 '실질적 현실 대안'
도축장은 늘 인력난에 시달린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수십년 해묵은 숙제다. 특히 젊은 인력이 도축장 진출을 외면한다. 그렇다보니 도축장 현장근무자 평균연령은 50대 후반을 훌쩍 넘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10년~20년 후 기존 인력이 모두 도축장을 떠난다면, 지속가능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서둘러 대책을 찾아야 한다.
병역특례, 로봇 등이 시도되고 있지만, 실질적 성과에는 한참 모자란다. 현실적으로 외국인근로자가 최적 맞춤형 대안일 수 밖에 없다.
도축현장 바로 투입...공급여력도 충분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도축업에 E-7-3(일반기능인력) 비자를 시범도입했다.
E-7 비자는 특정직종 전문분야에서 근로활동을 허가한다. 기술이나 전문성을 갖고 국내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이다. 고용계약이 유지된다면 오래 근무도 가능하다.
E-7-3 시범도입은 ‘숙련’된 근로자를 필요로 하는 도축업 특성에 기인한다.
도축업은 기본적으로 칼을 쓴다. 위험하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단순 인력으로는 불가능한 업무가 많다.
결국 E-9(비전문취업) 비자로는 한계에 부딛였다. 더욱이 이제 업무를 익혔다 싶으면 곧 고국으로 돌아가기 일쑤였다. 도축장 입장에서는 인력만 양성할 뿐 제대로 써먹지 못했다.
E-7-3 비자를 받았으면 그 외국인근로자는 이미 도축전문가(도축원)다.
해당국에서 도축경력을 쌓았다.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했거나 관련학위를 취득했다. 국내 도축장에서는 단순 교육 후 바로 투입될 수 있다.
공급여력도 많다. 한국축산물처리협회(회장 김명규)는 최근 필리핀과 베트남 현지를 방문, 도축인력 양성 현황을 파악했다.
결과, 해당국 교육프로그램 등이 국내 도축장에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국 도축원들은 국내 도축장에 취업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도축장에서는 부족한 인력을 채우고, 상대국에서는 도축인력 해외진출을 이끌어내는 상호 윈윈이 될 수 있다.
더욱이 국내 대다수 도축장에서는 교육비용을 지불해서라도 E-7-3 비자 외국인근로자를 채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지속가능 도축장 마중물...민·관 힘 모아야
그렇다고 해도 국내 도축장에서의 E-7-3 비자 외국인근로자 채용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내에 E-7-3 비자 외국인근로자를 국내 도축장으로 진출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려면 우선 E-7-3 비자를 충족할 수 있는 세부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해외도축장에서 일정기간 근무 또는 해외정부에서 인정한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해당교육기관 심사(자격증) 통과 등이 있다.
국내 도축장에 요구되는 적정인원도 더 따져봐야 한다.
이후에는 농식품부 추천과 법무부 승인을 거친다. 각각 부처가 강력한 의지를 가질 때 가능하다.
노조 장벽도 넘어야 한다. 다른 산업 일부 노조에서는 ‘국내인력을 외국인근로자에게 빼앗긴다’며 E-7-3 비자 외국인근로자 채용에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축산물처리협회는 이달 초 국내 도축장을 대상으로 찬성, 반대 여부 등을 묻는 설문조사에 들어갔다. 그 내용에 따라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시범도입 기간은 따로 정해지지 않았다. ‘올해 한번 해보고 평가한다’는 취지에 가깝다.
시범도입이 올해 한번으로 끝날지 아니면 내년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본사업 합류는 시범도입 평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 도축장에 숙련된 외국인근로자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축산물처리협회 등 도축업계의 간곡한 호소를 통해 E-7-3 비자 길을 터냈다.
이 기회를 결코 놓쳐서는 안된다. 꼼꼼히 도축원 전문성을 검증하고, 철저하게 채용상황을 관리·감독해 국내 도축장 발전을 이끌어갈 마중물로 만들어가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E-7-3 비자와 함께 병역특례, 로봇(정부지원사업 유치 등) 등을 통해 인력난을 해소, 지속가능 도축업 기틀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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