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전자 폐기물 속에서 귀중한 금속을 회수하는 새로운 재활용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웨스트버지니아 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주방에서 사용하는 전자레인지와 유사한 장비를 이용해 전자 폐기물에서 탄탈럼을 보다 쉽고 효율적으로 추출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탄탈럼은 스마트폰, 노트북, 의료기기, 항공우주 장비 등 필수 전자제품의 커패시터에 사용되는 희귀 금속이다. 전 세계 탄탈럼 생산량의 약 24%가 이 커패시터에 사용될 만큼 중요하지만, 현재까지 재활용 효율은 매우 낮았다. 기존 재활용 방식이 에너지 소모가 크고 환경에 유해하다는 이유로, 대부분의 탄탈럼이 폐기물과 함께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진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레인지를 활용한 새로운 접근법을 개발했다. 폐기된 탄탈럼 커패시터를 분쇄해 탄소 기반 물질과 혼합한 후, 이를 마이크로파로 가열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탄소 열 환원' 반응이 일어나면서 탄탈럼 화합물이 97% 이상의 높은 순도를 가진 탄탈럼 카바이드로 변환된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이 방법은 기존의 화학적 추출 방식보다 에너지 소비가 훨씬 적고, 유해 폐기물 발생도 최소화할 수 있어 경제적, 환경적 측면 모두에서 장점이 크다. 연구진은 현재 스마트폰 회로 기판, 데이터 센터 서버 등 대량의 전자 폐기물에 대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술 상용화를 검토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폐기 지점 재활용(RPOD)’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이는 미국이 탄탈럼과 같은 전략 자원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의 안정적 자원 확보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차원이다. 공급망 안정성과 국가 안보가 밀접하게 연결된 현실에서, 이러한 기술 개발은 경제적 이익을 넘어 전략적 가치도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진은 "재활용 기술이 저렴하고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탄탈럼처럼 킬로그램당 수백 달러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금속을 효율적으로 회수할 수 있다면 재활용 산업의 경제적 유인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전자 폐기물이 ‘쓰레기’가 아닌 ‘도시 광산’으로 자리 잡는 지속 가능한 미래가 머지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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