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약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2주 내 공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반도체 품목 관세도 발표될지 주목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16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수입산 반도체와 의약품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 조사는 반도체와 의약품에 품목 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사전 절차다. 상무부는 조사 착수 후 3주간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취합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7일(현지시간) 의견 수렴을 마감한다.
현재 반도체 품목 조사에 관해 미국 연방 관보에 게재된 의견은 10건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전문매체 Wccftech는 “앞서 목재 품목에 관한 의견 수렴 때는 300건이 넘게 접수됐던 것에 비하면 적은 숫자”라며 “(반도체 관세에 대한) 반대 의견이 별로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풀이했다. 반도체 기업들이 공식·비공식적으로 관세 관련 의견을 꾸준히 미 정부 측에 전달하고 있지만, 공식 접수된 의견이 적은 만큼 상대적으로 ‘덜 논쟁적 이슈’로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연방 관보에 실린 의약품 관련 의견도 13건으로 반도체와 비슷했다.
반도체 관세가 현실화한다면 미국 내 생산시설을 둔 반도체 제조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대만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 TSMC는 관세 대응 등을 위해 지난 3월 1000억 달러(약 145조 원)를 추가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 공장을 증설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대만·한국 등에서 생산하는 첨단 칩 외에, 중국 내 공장에서 생산하는 칩도 관세 타깃이 될 가능성이 커 반도체 제조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전 세계에 적용되는 반도체 관세율이 10% 정도일 때 내년 반도체 시장 규모를 8440억 달러 수준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에 30~40% 관세가 추가로 부과되고 그 외 지역에도 20~40% 정도 관세가 적용되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내년 6990억 달러 규모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관세 외에도 미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중국 제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로이터는 이날 미국이 엔비디아 등이 생산한 인공지능(AI) 칩에 위치추적 장치를 탑재하고, 수출 금지 국가에선 해당 칩이 작동되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빌 포스터 미 연방 하원의원이 발의할 이 법안은 중국의 AI 칩셋 밀수를 원천 차단하는 게 목표다. 현재 엔비디아는 미국의 수출 규제 범위 내에서 중국에 판매 가능한 새로운 칩을 설계하며 대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