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40% ‘톱10 대기업 쏠림’…반도체 호황에 양극화 심화

2025-11-10

올해 3분기 우리나라 수출의 40%가 상위 10대 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호황이 대기업 실적을 끌어올렸지만, 수출 증가 효과가 중소·중견기업에는 거의 미치지 못하면서 ‘대기업 쏠림’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3분기 기업특성별 무역통계’에 따르면, 수출액 상위 10개 기업의 무역집중도는 40.0%로 지난해 같은 기간(37.4%)보다 2.6%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2015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기업을 비롯해 현대차·LG 등 상위 10개 기업이 전체 수출의 40%를 차지한 것이다.

반면 상위 100대 기업의 무역집중도는 67.6%로 0.2%p 하락했다. 상위 10개 기업과 그 다음 90개 기업 간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대기업 내 양극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 대기업 실적 신기록에도 중소기업 “남 얘기”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 수출액은 1223억 달러(약 178조 원)로 5.1% 증가,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중견기업(323억 달러, +7.0%)과 중소기업(298억 달러, +11.9%)도 증가했지만,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7.5%, 16.1%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

수출 기업 수는 6만 9808개로 4.5% 늘었지만, 수출 증가의 체감도는 낮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반도체 호황은 대기업 이야기일 뿐”이라며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불안으로 실제 이익은 줄었다. 대기업 실적이 좋아도 우리 같은 중견기업엔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 반도체 중심 수출…내수엔 낙수효과 ‘제한적’

재화 성질별로 보면 자본재 수출은 1110억달러로 11.2% 증가, 8개 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반도체 등 IT부품 수출은 511억 달러로 24.3% 급증, 전체 수출을 견인했다.

하지만 이런 수출 호황이 국내 경기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대기업의 자본재 수출은 늘었지만, 원자재(-5.1%)와 소비재(-5.4%)는 감소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수출 대기업들은 미국·동남아 등 해외 공장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어, 벌어들인 수익이 국내 고용이나 설비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접투자는 672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4% 증가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수출이 늘어도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면 내수에는 파급 효과가 미미하다”며 “대기업의 해외 투자 확대는 국내 경기 회복을 더디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 소비재 반등에도 구조는 그대로

자동차·화장품 등 소비재 수출은 239억 달러로 4.9% 증가, 5개 분기 만에 반등했다. 유럽연합(EU)으로의 자동차 수출과 CIS(독립국가연합) 지역의 중고차 수출이 증가한 영향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대기업 중심이다. 대기업의 소비재 수출은 119억 달러로 5.4% 감소했지만, 중견기업은 4.4%, 중소기업은 24.9% 늘었다. 다만 중소기업의 소비재 수출액(84억 달러)은 여전히 대기업의 70% 수준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한국 수출이 반도체 사이클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라며 “대기업이 수출 호황을 이끌어도 중소·중견기업과 내수가 함께 성장하지 않으면 ‘반쪽 경기 회복’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동남아 수출 급증, 미·중은 부진

지역별로는 동남아시아 수출이 556억 달러(약 81조 원)로 17.4% 급증,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3.9%), 중국(-1.8%) 수출은 모두 줄었다.

산업별로는 전기전자(+15.0%), 운송장비(+9.3%), 광제조업(+8.0%)이 수출을 견인했다.

한 경제학자는 “상위 10대 기업에 수출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구조는 한국 경제의 불안 요인”이라며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 없이는 경기 회복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의 성장세는 반도체 한 축에 의존한 ‘편향된 성장’”이라며 “수출이 늘어도 내수와 고용이 살아나지 않으면 체감경기는 여전히 냉랭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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