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 판도를 흔들 이스타항공을 두고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사실상 몸집을 불릴 마지막 기회를 맞았지, LCC 업계 전반에 켜진 '실적 경고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LCC들은 국제선 여객수 급증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에어는 올해 2분기 매출 3061억원, 영업적자 423억원을 기록했다. 진에어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22년 3분기(-174억원) 이후 약 3년 만이다.
상장 LCC의 유일한 흑자 희망이었던 에어부산도 2분기 영업손실 111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다. 에어부산이 적자를 낸 것도 2022년 4분기(-59억원)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당장 이번주 실적 발표를 앞둔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도 적자 폭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실적 악화가 LCC 업계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LCC의 난립과 치열한 경쟁의 여파로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각설이 흘러나오는 이스타항공을 두고 항공사들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단숨에 몸집을 불릴 수 있는 기회지만,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LCC 업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시장 재편의 분수령을 맞았다. 통합 진에어 출범과 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 경영권 변동이 맞물려 시장이 크게 요동치는 상황에서 이스타항공 매각은 또 한 번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이스타항공 매각이 국내 LCC들이 몸집을 불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다.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향후 경쟁 구도가 달라지는 만큼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유력 인수 후보로는 대명소노그룹, 애경그룹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2분기 업계를 관통한 고환율과 고비용의 실적 악화 흐름 속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가장 관심을 받고 있는 건 제주항공이다. 과거 제주항공은 이미 한 차례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섰던 만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실제 지난해 제주항공은 향후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항공사에 투자한 사모펀드들의 투자 회수 시점에 대비해 인수합병 기회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제주항공의 경우 LCC 통합 흐름 속에서 시장 점유율 하락과 업계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어 적극적인 움직임이 예상된다.
유력 후보군들 중 자금 여력에서도 앞선다. 모기업인 애경그룹은 구조조정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애경산업을 매각하고 있다. 자산을 정리해 약 8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제주항공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함해 제주항공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지난해 말 발생한 무안 국제공항 참사로 사고 수습과 신뢰 회복에 힘써야 하는 시기라는 게 변수로 지목된다. 외형 확장과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부담이 크다.
최근 대명소노그룹 품에 안긴 티웨이항공도 유력 후보로 지목된다. 당초 대명소노그룹은 올해 초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라는 두 개의 항공사를 인수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에어프레미아 인수가 무산된 만큼 마지막 매물인 이스타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지에 관심이 쏠린다. 대명소노그룹이 티웨이항공에 이어 이스타항공까지 품는다면 LCC 2위 자리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크호스'로는 에어프레미아가 지목된다. 타이어뱅크는 지난 5월 JC파트너스로부터 에어프레미아 지분 22%를 인수하기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계약금 200억원을 납입했다. 잔금 납입 기한은 오는 9월 말까지다.
항공업에 도전장을 던진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항공업 특성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데 있다"며 "추가 기재 확보와 M&A를 통해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키워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김정규 회장이 조세포탈 혐의로 법정 구속되는 등 '오너리스크'가 불거지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은 매력적인 매물이지만 실적 악화에 흔들리는 항공사들이 어떤 승부수를 띄울지 알 수 없다"며 "특히 유력 후보들이 잇따른 변수와 외형 확장 사이에서 이스타항공 인수 셈법이 복잡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