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은 억울하다

2025-09-10

마늘의 당도에 대한 잘못된 속설이 있다. 마늘이 콜라보다 당분이 3배나 많다는 것이다. 이런 오해의 진원지는 방송이다. 2005년 11월 12일 KBS ‘스펀지’에서는 마늘이 과일만큼 당도가 높다는 이야기를 내보냈다. 마늘에는 프룩탄이라는 물질이 많이 들어있어서 단맛이 난다는 것이다. 마늘의 당도는 35~45브릭스로 바나나의 2배, 수박의 3배 정도로 단맛이 강하지만 매운맛과 향 때문에 잘 느낄 수 없다는 잘못된 정보가 심지어 농촌진흥청 홈페이지에도 나온다. 이런 내용을 근거로 하여 삼겹살을 먹을 때 마늘을 함께 먹으면 칼로리 폭탄이다, 다이어트의 최대 적이 마늘이다는 식의 이야기가 그 뒤 여러 방송에서 반복됐다.

하지만 모두 틀린 설명이다. 마늘 100g 속 당류는 고작 0.23g이다. 마늘에 프룩탄 함량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프룩탄은 단맛이 강하지 않다. 프룩탄은 과당 여러 개가 결합한 형태로 과당, 포도당 같은 일반적 당류와 달리 사람의 소장에서 소화 흡수가 어렵고 대장에서 장내세균에 의해 발효된다. 그래서 프룩탄의 칼로리는 올리고당이나 식이섬유처럼 1g당 2㎉에 불과하다. 당류 칼로리의 절반이며 프리바이오틱스로서 단쇄지방산을 만들어내므로 오히려 건강에 유익한 방향으로 작용한다.

흔히 과일의 당도를 표시하는 수치로 브릭스를 사용하지만, 이 역시 오해를 부를 수 있다. 브릭스는 19세기 독일의 화학자 아돌프 브릭스의 이름에서 온 용어로 용액 속에 녹아있는 가용성 고형분의 농도를 나타낸다. 녹아있는 성분이 당분인지 다른 물질인지 브릭스로는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보통 과일에서는 고형분의 대부분이 자당, 포도당, 과당 같은 단맛을 내는 당류이므로 브릭스 수치가 곧 당도처럼 사용된다. 하지만 마늘은 다르다. 마늘 속 고형분의 주성분은 프룩탄이다. 브릭스 수치로는 마치 마늘이 수박보다 세 배 달다고 잘못 해석할 수 있지만 마늘은 그렇게 달지 않다. 프룩탄은 단맛이 훨씬 약하기 때문이다. 매운맛과 향 때문에 마늘의 단맛을 느낄 수 없는 게 아니라 마늘 자체가 그리 달지 않다. 양파, 치커리, 돼지감자에도 프룩탄이 많지만 달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굽거나 튀긴 마늘의 고소한 향과 감칠맛은 삼겹살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풍미를 더한다. 하지만 삼겹살을 먹을 때 주의해야 하는 것은 고기 자체를 과식하는 것이지 마늘이 아니다. 마늘이 다이어트의 숨은 적인 것처럼 말해서는 곤란하다. 구운 고기에 마늘 100g을 곁들여 먹는 사람도 드물겠지만 그걸 다 먹는다고 해도 겨우 128㎉이다. 20년 전 방송에서 소개한 내용이라고 팩트는 아니다. 미디어는 음식에 대한 상식을 깨는 자극적 내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사실을 바로잡고 마늘의 억울함을 풀어줄 때가 됐다.

정재훈 약사·푸드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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