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20주년을 맞은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의 전시는 한 물음으로부터 비롯되었다. 장애인 탈시설을 아십니까. 장애인의 집단 시설 수용 대신 지역 사회 함께 살기 활동을 계속한 이들에게 장애인 탈시설이란 자연스러운 가치였지만, 나머지 시민에게 ‘장애인’과 ‘탈시설’ 모두 어렵고 낯선 말로 느껴질지 모르겠다며 탈시설이란 무엇인지를 활동 20년을 맞아 다시 묻고 답하고 있었다. 이들의 짐작처럼 우리 사회는 여야의 대립을 이루는 예민한 당정 갈등이라거나 국내 증시 지수를 위협하는 복잡한 외교 문제는 곧잘 이해하지만, 장애인 비장애인 함께 살자는 장애인 탈시설에 관한 문제는 쉬이 받아들이거나 대답하기 어려워한다.
장애인 탈시설을 아시느냐 묻는 전시는 장애인 탈시설을 세 가지로 소개했다. 첫째, 장애인 탈시설이란 장애인이 세상과 협력하는 계기와 같았다. 전시에 출연한 장애인 당사자는 동네에서 버려진 우유팩을 수거하는 일을 사랑하여 탈시설 이후 마을에서 우유팩을 수거하는 마을 살림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버려진 쓰레기 때문에 지구가 아프면 자기 마음이 아프다며. 탈시설한 장애인이 동네에서 살아갈 때 비장애인의 일방적인 지원에만 의존하며 살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그는 쓰레기로 방치되고 오염되는 지구를 진심을 담아 지키려 했다.
둘째, 장애인 탈시설이란 장애인이 인간다움과 아름다움을 되찾는 일과 같았다. 전시회 속 대담에 출연한 장애인은 49년 동안 살던 시설 밖으로 나와 청중들 앞에서 나긋한 자세로 마이크를 쥐었다. 아침부터 한껏 화장하고 예쁜 옷을 입고 머리를 가다듬은 그는 함께 사는 삶의 기쁨을 말했다. 중증 장애인은 열악한 사회복지 서비스의 비굴한 얼굴을 한 수혜자로 살아가리라는 막연한 편견과 달리 그는 지난 49년 시설에 수용되었던 시간보다 현재의 인간다움과 아름다움이 더없이 값지다는 사실을 몸소 선보였다.
셋째, 장애인 탈시설이란 장애인의 문제를 넘어 강자와 약자의 이분법으로 이루어진 견고한 사회 체제에 저항하는 활동과도 같았다. 전시회 가운데 새겨진 커다란 문구, 탈시설 장애인이 직접 작성한 탈시설 선언문의 끝 조항이 이 사실을 대표했다. “약자가 없어야 강자가 없다!” 이어지는 문구는 이러했다. “이 모든 것이 지켜졌을 때,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모든 사회구성원은 탈시설에 연대하라. 이 선언이 이루어질 때까지 함께 가자. 자유로운 삶, 시설 밖으로!” 탈시설 장애인들이 앞장서 비장애인과의 연대와 저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탈시설이란 장애인이 그저 시설을 나간다는 의미 너머 강요된 약자성을 무너뜨려 강자의 특권과 위계를 해소하려는 시대적 과제와 같았다.
‘장애인 탈시설을 아십니까’라는 물음에 대해 전시는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탈시설은 비장애인에 의존만 하는 장애인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그 반대이며, 탈시설은 인간다움을 위협받는 장애인을 늘리는 게 아니라 그 반대이며, 탈시설은 강자에게 복종하는 약자를 양산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라고. 20년간 땀 흘리며 함께 살아갈 방법을 고민해 온 장애인 탈시설 활동가들과 장애인 당사자들은 탈시설이 사회 통합의 중요한 과제임을 가리키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