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수제 '양털 스웨터' 부활...일본으로 진출

2025-12-30

재주상회와 이시돌농촌개발협회, 양모 니트 재생프로젝트 '결실'

맥그린치 신부, 아일랜드에서 물레와 뉴질랜드 면양 도입 시초

1970~1980년대 제주 여성들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 준 애환 담겨

제주에서 시작된 수제 명품 양털 스웨터가 복원됐다.

30일 콘텐츠그룹 재주상회와 이시돌농촌개발협회(성이시돌목장)에 따르면 한림수직(1959~2005)의 기술과 기억을 복원하는 재생 프로젝트를 2021년 시작했다.

가난 극복의 상징이었던 한림수직은 1959년 한림천주교회에서 문을 열었다.

한림천주교회에 부임한 지 3년째이던 1957년 P.J 맥그린치 신부(1928~1918)는 본당 신자인 15세 소녀가 부산의 한 공장에서 일하다 싸늘한 주검이 돼서 고향에 돌아온 것을 목격했다.

돈을 벌기 위해 소녀들은 육지로, 청년들은 일본으로 밀항을 가는 사연을 접한 그는 선교보다는 도민들이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팔을 걷어 붙였다.

그는 고국 아일랜드에서 물레 한 대를 갖고 왔고 면양은 뉴질랜드에서 도입했다. 직물을 잘 짜는 아일랜드 출신 골롬반선교회 소속 로사리아 수녀를 모셔와 한림수직을 차렸다.

한림수직은 성이시돌목장에서 기르던 면양에서 뽑은 양털을 이용, 수작업으로 스웨터·목도리·숄·모자를 생산했다. 한림지역 여성 1200여 명은 뜨개질로 돈을 벌었고, 결혼 밑천을 마련했다.

하지만 1990년대 화학섬유와 혼용된 스웨터가 기계로 대량생산되면서 순양모 스웨터는 부침을 거듭했다.

한림수직은 서울 명동 조선호텔에 직영 매장을 열기도 했으나 값싼 중국산 양모가 수입되면서 결국 2005년 문을 닫았다.

추억의 양모 스웨터는 서울에 이어 지난 27일부터 내년 1월 23일까지 일본 도쿄의 복합문화 공간인 다이칸야마 츠타야 티사이트(T-SITE)에서 전시·판매와 뜨개질 시연이 진행 중이다.

아일랜드 수녀가 제주 여성들에게 전한 ‘아란 무늬’를 다시 소환했다. 아란 무늬(Aran pattern)는 아일랜드의 에런(Aran) 섬에서 유래한 전통적인 대바늘뜨기 무늬로 다양한 패턴을 조합해 만들어진다.

또한 한림수직의 이야기와 고객들이 애틋한 사연과 추억도 함께 전시 중이다.

고선영 재주상회 대표는 “한림수직의 양모 스웨터 ‘짜는 법’과 ‘독특한 무늬’는 역사적으로나 지역적으로 소중한 로컬 브랜드로, 제주의 가장 창의적인 제품”이라며 “제주 여성들의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 준 한림수직의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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