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간과 소장의 오가노이드 독성평가 기준을 완료하고, 2027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 표준화기구(ISO) 등재 절차를 밟을 계획입니다. 한국의 오가노이드 평가법이 국제 표준으로 채택되면 국내에서 받은 인증이 해외에서도 그대로 통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강석연(사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은 4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기구(EMA) 등 글로벌 규제당국이 동물대체시험을 위해 오가노이드를 장려하고 있지만 아직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평가 기준은 정립되어있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는 2027년 ‘제14차 생명과학 분야 동물실험과 대체에 대한 국제회의’를 개최하는 등 글로벌 표준화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강 원장은 “국제기구, 각국 규제기관이 논의하는 장으로 국제 표준 확립에 큰 영향을 주는 회의”라며 “서울에서 개최되는 만큼 국내 전문가들의 발표 기회도 많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평가원이 간과 소장에 대한 기준에 먼저 착수한 것은 두 장기가 약물 독성 평가에 필수적인 장기이기 때문이다. 전세계 규제당국은 신약 독성평가 때 두 장기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 심사하고 있다. 강 원장은 “간은 약물을 섭취했을 때 해독 작용을 하는 대표적인 장기고 소장도 소화불량·변비 등 부작용 발현이 가장 많은 장기”라며 “최근에는 심장, 신경계, 피부, 호흡기계 등에 대한 평가법도 개발에 착수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부작용은 다른 질환의 약효로 발현되기도 하기 때문에 약효 평가까지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오가노이드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 임상수탁시험(CRO) 서비스를 위해 오가노이드를 통한 약물 스크리닝 사업에 진출했고,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오가노이드 기반 재생치료제와 신약·건강기능식품화장품 등 신소재 효능 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그래디언트바이오컨버전스는 자사 오가노이드 플랫폼을 바탕으로 동아에스티 등과 협업 중이며 대웅제약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오가노이드 재생 치료제 대량 생산 기술 개발’ 과제를 수행 중이다.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는 관련 기업들과 함께 ‘K-오가노이드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과제 수행에 나서고 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평가원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규제 철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업계가 신속한 시장진입을 위해 ‘숙원 사업’으로 요청해 온 임상 3상 면제가 첫 과제다. 최근 미국 FDA는 임상 3상 면제 조항의 초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강 원장은 “식약처가 참여한 국제의약품규제조화 위원회(ICH)에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최대한 신속하게 국내에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의약품 허가를 위한 심사기간 단축도 중요한 과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심사 기간을 전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하겠다”며 심사 기간 단축을 주문하기도 한 사안이다. 강 원장은 “의약품 산업은 이제 국가 대 국가로 속도전을 하는 시대로 1등이 아니면 세계 시장에서 도태된다"며 “심사 인력을 늘려 3~5명이 1년 간 보던 걸 인원을 늘려 8개월 만에 모두 검토할 수 있도록 하고 인공지능(AI) 심사관 도입도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