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5일(현지시각) 영리 기업으로의 전환을 포기했다. 회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구조를 공익 법인(PBC)으로 개편하되 비영리 기업이 전체 사업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오픈AI는 비영리 기업으로 출범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소수 기업이나 정부가 독점하면 인류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비영리 기업은 기술 연구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렵다. 주식 발행이 불가능하므로 기부금, 보조금, 후원금 등의 방법으로만 자금을 수혈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오픈AI는 “당초 10억달러 기부 약정을 목표로 출범했으나 수년간 1억3050만달러의 기부금을 받았다”며 “기부만으로는 연구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영리 구조로 전환할 의사를 밝혔다. 오픈AI는 비영리 기업 형태를 유지하되, 산하에 영리 자회사인 ‘오픈AI 글로벌 유한책임회사(LLC)’를 설립했다.
영리 법인을 세움으로써 오픈AI는 본격적으로 자사 서비스를 판매하고 주식 발행을 통한 외부 투자 유치가 가능해졌다.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 등으로부터 수조원 대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다만 오픈AI 글로벌 LLC는 투자자가 얻을 수 있는 수익에 상한을 정해뒀다. 일례로 마이크로소프트는 100배 이하의 수익만 얻을 수 있도록 돼 있다. 비영리 모회사의 통제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투자자 유치에 한계를 노출했다. 챗GPT 등 오픈AI의 서비스를 유지 발전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오픈AI는 LLC를 공적이익기업(PBC, Public Benefit Corporation)로 바꾸기로 한 이유다.
PBC란?
PBC는 공적 이익도 추구하는 기업 형태를 말한다. 일반 영리 기업처럼 이윤을 창출하지만 공익을 실현해야 한다는 법적 책임을 동반한다. PBC는 어떤 분야에 공익을 제공할지 구체적인 목표를 명시하고 정기적으로 공익 영향 보고서를 통해 목표 달성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
영리 기업은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한다. 반면 PBC는 직원, 고객, 지역사회, 환경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두루 추구할 의무가 있다. 이는 경영진의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경영진이 공익을 위해 주주의 이익을 우선하지 않는 결정을 내려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대표적인 PBC로는 의류기업 파타고니아,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벤&제리스, 크라우드펀딩 기업 킥스타터, 신발 브래드 올버즈 등이 있다.
오픈AI는 자회사를 PBC로 전환한 뒤에도 지배권을 그대로 가진다. 대신 오픈AI 글로벌(PBC)에는 공익을 추구할 의무가 생긴다. 경쟁사의 공익 목표가 대개 인류 발전에 주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픈AI 글로벌 또한 “AI 기술로 인류 전반에 공통된 이익을 주겠다”는 취지의 청사진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는 오픈AI 글로벌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으나 원하는 대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비영리 단체 오픈AI는 공익에 반하는 결정을 거부할 권리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PBC 이사회는 투자자의 이익보다 공공의 이익을 고려한 의사 결정을 내릴 의무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유사한 목적으로 ‘사회적 기업’이 있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기업육성법」에 따라 사회적 목적과 영리 활동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이다. 사회적 기업은 이윤 극대화가 아닌 사회적 가치 실현을 우선 목표로 삼는다. 취약계층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노인·장애인·저소득층 등에게 복지·교육·의료·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등이 사회적 기업의 목표가 된다.
대표적으로 아름다운가게(기부물품 판매 수익으로 사회복지사업과 환경보호 활동 지원), 빅이슈 코리아(잡지 판매를 통해 노숙자 경제자립 지원), 베어베터(발달장애인을 위한 일자리 창출 지원) 등이 있다.

경쟁사 구조는?
오픈AI의 경쟁사 중 앤트로픽과 xAI는 설립 당시부터 PBC 구조를 채택했다. 각자 내걸고 있는 공익 실현 목표는 앤트로픽이 ‘인류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책임감 있게 첨단 AI를 개발하고 유지하는 것’, xAI가 ‘인류를 위해 AI의 미래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모두 AI 기술이 인류에게 도움 되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유도한다는 의미를 내포했다.
두 기업은 공공의 이익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독특한 지배 구조를 채용했다. 앤트로픽은 장기적 이익 신탁(LTBT)을 설립했다. LTBT 이사회는 앤트로픽의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전문가 5명으로 구성돼 있다. LTBT는 앤트로픽 이사회 5명 중 1명의 선출·해임 권한을 가지고 있다. 나머지 4명은 주주들이 뽑는다. LTBT가 뽑은 이사는 공익을, 주주가 뽑은 이사는 투자자의 이윤을 중시할 것으로 미루어 볼 수 있다. 앤트로픽은 향후 LTBT가 선출할 수 있는 이사 수를 늘려나갈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공익에 더 무게를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xAI는 AI의 안전과 윤리적 개발을 준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 일환으로 회사는 자체 위험 관리 프레임워크를 구축했다. 이는 xAI 서비스가 악용되거나 고도로 발전한 AI 시스템이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AI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사례를 식별하고 발생 가능성을 줄인다. 이를 위해 xAI는 AI 시스템의 안정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평가할 수 있는 기준과 지표를 개발하고 있다.

모든 AI 기업이 PBC 구조를 채택한 건 아니다. 투자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어렵고, 공익에 신경 써야 하는 법적 책임을 지며, 인수합병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퍼플렉시티와 코히어는 사기업 형태를, 미스트랄 AI와 구글 딥마인드는 유한책임회사 구조를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