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이커머스 피칭페스타 본선 진출팀 릴레이 인터뷰④ AI 관세 최적화 기술 만드는 ‘위레이저’
올해 상반기 국제무역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를 꼽자면 역시 ‘관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 나라에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모두가 혼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관세는 무역에서 어려운 난관 중 하나다. 대외무역 때 수출입 상품을 분류하는 데 쓰는 ‘HS코드’만 1만6000개다. 최적의 코드를 골라 관세를 절감, 최적화하기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많은 나라에서는 우리나라처럼 관세사라는 관세 전문 인력이 회사 내에 없는 경우가 많다.
관세 처리 건수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점도 중요한 부분이다.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와 같은 해외 직구로 인해 소량 다빈도 배송이 늘어나며 처리 건수가 늘어나지만, 기존 방식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관세중개 시장의 크기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관세중개 시장은 2028년에 267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무역 관리 소프트웨어 시장도 2032년에 27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국내 수출입 건수가 연평균 11.9%씩 증가하고 있다.
무역에 꼭 필요한 관세 문제를 AI로 자동화해 풀어나가면 어떨까.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이야기가 나오기 전인 지난해, ‘AI 관세사’ 서비스를 만든 기업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가 주최한 제 5회 이커머스 피칭페스타에서 대상을 수상한 위레이저다. 위레이저는 물류 도메인에 특화된 AI 시스템을 마련한 이후 AI 관세사 서비스를 출시했다. [관련기사: “우리가 다 바꾸겠다”…야심만만 커머스 기술 회사들]

위레이저 김현종 대표를 이커머스 피칭페스타 현장에서 만났다. 김 대표는 창업계기에 대해 “고려해운에서 물류 현장을 경험하면서 느낀 답답함 때문이었다”고 토로했다. 개발, 영업, 운영 등을 두루 경험하면서, 정말 많은 비효율을 목격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관세 업무는 너무나 복잡하고 전문적이어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또 관세가 물류비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생각보다 굉장히 높습니다. 평균 한 11% 정도 됩니다. 이걸 덜어내면 마진이 늘어나, 훨씬 더 경쟁력 있는 가격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들 자율무역협정(FTA)를 하지만, 수많은 협정이 있다 보니 어떤 협정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수출입 기업 10곳 중 6곳이 관세 전문인력이 없습니다. 특히 우리 나라처럼 관세사가 있는 나라가 드뭅니다. 회사 내에서 관세 전문가가 있냐고 하면 다들 없죠.
또 HS 코드를 잘못 분류하면 더 높은 관세를 내게 되고, 심지어 과태료나 가산세까지 물게 된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최근 나온 기사에서 보면, 삼성이 인도에서 9000억원 규모의 미납 관세와 과징금을 부과받았습니다. 디스플레이로 신고해 통관했는데, 인도 측에서는 수신기가 달려있다는 이유로 TV 관세를 내야 한다고 한 겁니다. 리스크 매니징이 앞에서 줬다면, 삼성이 미리 대응할 수 있었겠죠.
그런데 기업 하나당 수십만 건씩 통관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사 한 명이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건수는 최대 50건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래서 기존에 했던 건 기존대로 하고 잘 모르는 건 일단 보수적으로 신고합니다. ‘보수적으로 한 뒤 환급을 받자’는 콘셉트인 겁니다.
문제는 정작 데이터가 쌓여도, 받을 수 있을지 없을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다시 들여보아야 하기 때문에 환급을 받기 어렵습니다.
저희는 애초에 관세에서 확실하게 전수 조사가 안된다는 게 가장 큰 페인포인트라고 생각했습니다.
김 대표는 현재 꾸린 팀 멤버는 물류 도메인 전문성과 AI 기술력을 함께 갖춘 인재들이라고 소개했다.
당장 고려해운에서 물류 현장을 겪은 김 대표만 해도 MBA를 취득한 이후 최근에는 AI 모델링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연구한다. 김 대표는 CPO는 해운물류 전문가이자 AI빅데이터 석사 학위가 있으며, CAIO는 데이터사이언스 석사를 취득해 물류 데이터 분석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았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구성원이 총 30년 이상의 물류 현장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최첨단 AI 기술을 다룰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AI 관세사 서비스 출시에 앞서 위레이저는 물류 데이터 관리 플랫폼을 운영했다.
일종의 문서 입력 자동화 서비스입니다. 상업송장, 포장명세서, 원산지 증명서 등 다양한 문서를 업로드하면 비전AI가 99.9%의 정확도로 문서들을 인식합니다. 이후 요소를 다 추출해 이름, 주소, 화물 컨테이너 번호, 화물, 수량 등을 모두 정리해 줍니다. 이를 ERP에 넣는 등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거죠.
또 저희가 분석하는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합니다. 데이터 매니지먼트 플랫폼을 모두 가지고 실시간으로 카고 트래킹을 하는 등 미들마일, 국가간 물류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모아 대시보드에 보여준 겁니다.
여기에 작년부터 해당 품목이 어떤 HS코드로 분류돼야 하는지 추천하는 서비스를 넣은 겁니다. HS코드가 한 1만6000개고, 국가별로 조금씩 분류 기준도 다르거든요.
특히 위레이저의 핵심 자산에 대해 김 대표는 “단순히 AI 기술이 아니라 물류 도메인에 특화된 AI 시스템이다”고 했다.
특히 자랑할 만한 것은 저희가 개발한 독자적 알고리즘들입니다. SBMC 알고리즘은 물류 거래에 최적화된 블록체인 합의 메커니즘이고, TR 알고리즘은 서로 다른 데이터 소스에서 오는 정보들의 일관성을 자동으로 검증해주죠.
또한 100개 이상의 AI 에이전트가 네트워크를 이루어 관세사가 하는 다양한 업무들을 분담해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런 기술적 자산들이 저희만의 독특한 경쟁우위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AI 관세사 서비스에 가능성을 본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관세사 인력의 한계와 기존 시장의 한계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관세사가 시간과 인력 제약으로 전체 수출입 건수의 5%만 검토했다면, 이제는 100%를 검토한 후 중요한 건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객사는 미팅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서류) 양이 많은데, 다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고, 관세사도 “세세하게 다 못 본다”고 말합니다. 기존 신고한 내력이 있으면 일단 그렇게 가는 식입니다. 다 보는 게 필요하지만 하루에 500~600건이 들어오는데,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죠.
또 관세 시장에서도 기존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처음 기획했을 때에는 혁신적이었지만, 30년이 지났죠. 갈아엎거나,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때 넣어야 하는데요. 그걸 하려면 기존 어떻게 생겼는지 다 알아야 하고, 20년 동안 누적된 프로그램은 내부 설계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새롭고 임팩트가 있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데이터 때문에 관세청에 API 연결을 신고했는데, 십몇년 만에 처음 나타나는 회사라고 하더라고요.
기술적으로 보면 김 대표는 AI 관세사 서비스 또한 여러 첨단 AI 기술을 물류 도메인에 맞게 최적화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특히 해당 서비스가 관세사 업무의 전 과정을 AI로 구현한 엔드투엔드(End-to-End) 솔루션이라고 강조했다.
GPT, Claude, Gemini, Llama 같은 대형 언어모델들을 저희가 보유한 물류 데이터로 파인튜닝해서 도메인 특화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RAG 기술을 결합해서 최신 관세법이나 HS 코드, 판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게 했고요.
가장 혁신적인 부분은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입니다. HS 코드 분류, 관세 계산, 의견서 작성 등의 업무를 각각 다른 AI 에이전트가 담당해서 협업하는 방식으로 처리합니다. 그 결과 99.4%의 HS 코드 분류 정확도를 달성했고, 기존에 24시간 걸리던 업무를 1분 미만으로 단축시킬 수 있었습니다.
위레이저 팀이 AI를 만드는 전문가가 아니라, AI를 잘 활용해서 현업의 업무를 개선하는 전문가라는 게 김 대표가 강조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어떤 업무를 수행할 때 얼마나 작은 AI가 필요한지, 이건 좀 큰 AI가 해야 하는지에 대해 잘 쪼개서 AI에게 세부적으로 일을 시키는 방법을 잘 알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AI를 만든다고 하면 가장 중요한 건 글을 쓰는 과정을 분해하는 겁니다. ‘난 이런 글을 쓰고 싶어’라고 주제를 주면 주제를 증강할 수 있는 AI, 증강된 주제로 목차를 잡는 AI, 목차 세부 내용을 쓰는 AI, 교정해주는 AI 4개가 필요합니다. 이걸 세부적으로 만드는 거죠.
저희 추구 가치는 원 띵 웰(One Thing Well)입니다. 하나만 잘하는 애를 만들다는 거죠. 테스크를 잘게 쪼개 어떤 AI 모델이 이 일을 할 수 있는지 판단하고, 이걸 체인으로 묶어내는 걸 오케스트레이션이라고 하는데, 이걸 잘 고정하는 방법과 노하우를 저희가 잘 아는 겁니다.
트럼프 관세 이슈 이후로 실제 고객사가 유입되는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관세법인을 포함해 글로벌 제조 기업 5곳을 고객사로 수주한 상황이다.
관세를 분류할 수 있으니, 화주들이 “우리 관세쪽에 문제가 있다”고 찾아왔습니다.
관세가 정말 큽니다.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기계가 연간 1조원이라고 하면, 관세 3%에 300억원입니다. 0.5%만 줄여도 50억원이 줄어듭니다.
AI 관세사 서비스이 가져올 수 있는 혁신에 대해 김 대표는 전수 조사뿐만 아니라, 관세 최적화도 가능해졌다고 강조했다.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고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사람이 한 시간에 50건을 처리할 때, AI가 같은 시간에 5만건도 처리할 수 있어 직접 인건비 또한 60~80%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 최적화를 통해서 FTA 혜택을 자동으로 적용하고, 최적의 HS 코드를 선택해서 관세를 20% 이상 절감할 수 있습니다. AI가 여러 가지 HS 코드 후보를 검토하고, 각각에 대한 관세율과 리스크까지 분석해서 가장 유리한 옵션을 제시해줍니다. 또 오류로 인한 처리 비용은 90%까지 줄일 수 있습니다.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혁신적입니다. AI가 과거 분쟁 사례들을 학습해서 세관에서 재분류할 가능성을 예측하고, 미리 대비할 수 있는 의견서를 자동으로 생성해줍니다. 또한 관세법이나 규정이 바뀌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서 항상 100% 컴플라이언스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처리 속도 향상이 정말 혁신적입니다. 기존에 복잡한 품목 하나를 분류하는 데 24시간이 걸렸는데, 이제는 10초 만에 완료할 수 있거든요.
위레이저의 비즈니스 모델은 SaaS 기반 구독형 모델과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두 가지다. 김 대표는 “중소기업이나 관세법인 같은 고객들에게는 월 구독료와 사용량 기반의 요금제를 제공하고, 대기업들에게는 맞춤형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이 복잡한 통관 절차에 해외진출을 망설이는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향후 계획에 대해 김 대표는 계속해 고객사를 늘리고, 진출 국가도 늘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대표는 “AI 관세사가 글로벌 무역의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복잡하고 어려웠던 관세 업무를 누구나 쉽게 처리할 수 있게 만들어서, 더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2025년에는 추가로 5개의 글로벌 제조기업과 AI 관세사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특히 관세사 자격을 보유한 전문인력을 영입해서 서비스의 신뢰성을 더욱 높이려고 합니다. 중기적으로는 아시아 15개국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예정입니다. 장기적으로는 2028년까지 50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궁극적으로는 단순한 관세 서비스를 넘어서 글로벌 관세 데이터 플랫폼으로 진화하려고 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