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 박성훈 씨엠티엑스 대표 “글로벌 반도체 기업 기술 파트너될 것”

2025-11-09

인공지능(AI)이 글로벌 산업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AI 전환(AX)의 기반이 되는 핵심 인프라고 급부상해서다. 최근 국내 반도체 생태계는 글로벌 AI 업체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는다. 우수한 제조 기술과 양산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다.

씨엠티엑스가 바로 주목 받는 기업 중 하나다. 글로벌 기업들이 즐비한 반도체 산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메모리 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대형 고객들을 확보했다. 박성훈 씨엠티엑스 대표를 만나 'K-소재부품'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노력과 기술 경쟁력, 미래 비전을 들어봤다.

대담=윤건일 소재부품부 부장

-우선 씨엠티엑스는 어떤 회사인지 소개 바란다.

▲반도체 핵심 전공정인 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실리콘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웨이퍼 위에 미세한 회로 패턴을 정밀하게 깎아내는 식각 공정은 반도체 공정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단계다. 이 공정이 얼마나 균일하고 안정적으로 이뤄지느냐가 반도체의 성능과 수율을 결정한다.

씨엠티엑스는 식각 공정 중 드라이 에처에 필요한 실리콘 부품, 즉 플라즈마 환경에서 직접 사용되는 핵심 소모품을 만들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반도체 생산을 지탱하는 역할이다.

앞으로 공정 미세화가 계속될수록 식각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본다. 씨엠티엑스 역할과 기술력도 더 중요해지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회도 계속 확대될 것이다.

-2013년 씨엠티엑스를 창업했다. 쉽지 않은 반도체 소재부품 시장에 도전하게 된 계기는.

▲불문을 전공한 인문학도다. 사회 생활도 인터넷 기업에서 시작했다. 반도체와는 전혀 다른 길에서 출발한 것이다. 과거 선친께서 “사파이어가 세상을 바꿀수 있을것이다”라는 말씀 하나로 사파이어 가공이라는 분야로 사업화를 결심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씨엠티엑스(구 코마테크놀로지)다. 과거 사명에서도 'Core + Material = COMA' 라는 부분이 핵심 소재에 대한 사업적인 열망을 반영했다.

설립 초창기에는 세라믹과 사파이어 부품 개발과 기술 고도화에 주력했다. 2017년 이후 성장기에는 실리콘 부품 사업에 진출하고 시장 확대에 나섰다. 2021년부터 실리콘 소재사업까지 진출해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고, 국내외 주요 반도체 고객사들을 확보하면서 본격적인 도약에 나서고 있다.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K-소재부품' 대표 기업으로 퀀텀점프하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씨엠티엑스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실리콘 부품의 원소재인 실리콘 잉곳 생산부터 정밀 가공, 화학적 에칭 및 세정, 검사, 리사이클까지 전 공정과 리사이클 공정을 모두 수직계열화한 국내 유일한 회사다.

핵심 제품군은 드라이 에처 챔버 내부에서 웨이퍼를 고정하고 수율을 높여주는 '포커스 링', 플라즈마의 균일한 형성을 만들어 주는 '일렉트로드(전극)', 플라즈마를 한정하는 '특수 링'이다. 이 부품을 또 600여종의 제품으로 세분화해 생산한다.

씨엠티엑스 부품들은 반도체 수율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특히 소재의 순도, 미세 가공의 정밀도, 화학적 표면 처리 기술과 공정 적합성이 모두 중요하다. 씨엠티엑스는 이 네 가지 요소를 모두 갖췄다.

이와 함께 고객사별 공정 특성에 맞춰 수 마이로미터(㎛) 단위의 정밀 가공이 가능하고, 장시간 플라즈마 환경에서도 성능이 유지되는 신뢰성 있는 소재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소재부품 시장의 큰 변화는 무엇인가?

▲그동안 반도체 업체들이 공정 기술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주요 장비업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반도체 업체들이 장비를 구매하면 그 장비를 만든 글로벌 장비업체들이 부품과 소모품을 독점 공급하는 장비 주도형 '비포 마켓' 구조였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업체들의 팹과 공정 기술 수준이 고도화하면서 공정 효율화와 비용 절감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직접 부품을 관리하고 기술 피드백을 빠르게 공정에 반영할 수 있는 기술 자립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즉 반도체 업체들이 기술력이 우수한 부품 공급 협력사를 직접 선정하고 부품 공급사와 기술 협업으로 최적의 공정을 창출하는 팹 직접 협력형 '애프터마켓'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적 변화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공통된 현상이다. 소재 기술과 부품 개발, 공정 기술, 품질 보증 능력을 축적한 씨엠티엑스에 큰 기회가 됐다.

-시장 환경 변화 과정에서 씨엠티엑스의 대응 전략은 무엇인가.

▲최근 반도체 소재부품 시장에서는 단순한 가격 경쟁력보다는 기술 신뢰성과 납기 대응력 그리고 공정 적합성이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 씨엠티엑스는 고객사 팹 엔지니어와 기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공정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하고 반영할 수 있는 현장 대응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수년간 축적된 공정별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고객의 식각 조건 변화에 맞는 최적 설계를 빠르게 제안할 수 있다. 고객사 입장에서 기술적으로 믿을 수 있고 공급이 안정적인 파트너로 평가받는 이유다.

특히 실리콘 부품의 원소재인 실리콘 잉곳 생산부터 출하에 이르는 전 공정을 모두 직접 수행한다는 것이 주효했다. 이런 수직계열화 구조의 가장 큰 강점은 부품 기술의 융합 및 피드백 속도다. 고객사에서 공정 데이터를 전달받으면 당사의 소재, 설계, 공정, 분석 팀이 곧바로 한자리에서 대응할 수 있다. 고객사 공정 조건 변화에 맞춰 제품을 개선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경쟁사보다 훨씬 짧다.

품질의 일관성도 중요하다. 씨엠티엑스는 모든 공정을 내재화해 제품 간 품질 편차가 거의 없다. 이런 일관성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기술 신뢰도가 높아지고 그게 결국 고객사와의 장기 파트너십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도 고객사로 확보했다.

▲국내 소재부품 업계 최초로 TSMC의 3나노미터(㎚) 및 2㎚ 최선단 공정에 부품을 공급하는 1차 협력사로 선정됐다. TSMC는 다양한 시스템 반도체를 주문생산하는 사업모델을 갖추고 있는 만큼 굉장히 복잡하고 고품질의 식각 공정을 운영한다. 부품에 대한 요구 기준도 엄격하다. 그런 고객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품 품질만 좋은 것으로는 부족하다.

TSMC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공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기술 대응력 때문이다. 고객이 실제 식각 공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품을 개선하고 시제품 테스트, 피드백, 개선의 사이클을 굉장히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서다. 또 제품을 출하하기 전까지 불량을 최소화하기 위한 반복 테스트와 품질 검증 시스템을 철저히 운영하고 있다. 모든 제품은 전수 조사로 이물(파티클) 발생 테스트 등을 반복하면서 신뢰성을 확보한 뒤 출하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글로벌 고객사에서도 씨엠티엑스 제품은 변수가 적고 데이터가 일관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술 신뢰도를 바탕으로 TSMC뿐만 아니라 국내 대표 메모리 제조사와 미국 마이크론, 일본 키옥시아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과도 거래를 확대하고 있다. 단순 부품 납품이 아니라 공정 기술 파트너로서 함께 개발을 진행하는 관계로 성장하고 있다.

-씨엠티엑스의 차세대 성장동력은 무엇인가.

▲세계 최초로 실리콘 부품을 리사이클링, 즉 무한 재생할 수 있는 상용화 기술도 확보했다. 연구실 수준의 시도가 아니라 실제 리사이클 부품이 고객사 공정에 투입돼 테스트를 통과했다. 현재는 여러 글로벌 팹들과 협업을 통해 상용 및 양산을 논의 중이다.

기존에는 식각 공정에 사용된 실리콘 부품을 모두 폐기해야 했다. 반도체 업체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과 폐기물 처리 문제가 동시에 존재했다. 씨엠티엑스는 사용 후 실리콘 부품을 회수해 내부 구조를 분석하고 불순물을 제거한 뒤 다시 고순도 소재로 재생산할 수 있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리사이클링을 넘어 신소재 수준의 재가공 기술에 가깝다. 고객사는 원재료 비용을 줄이면서 동일한 품질의 부품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씨엠티엑스는 원재료 수급 리스크를 완화하고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

이 기술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 실리콘을 재활용함으로써 탄소 배출과 폐기물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즉 실리콘 리사이클링 기술은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실현한 새로운 사업모델이다.

앞으로 글로벌 고객사와의 공동 프로젝트를 확대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실리콘 소재활용 생태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플랫폼 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기업공개(IPO) 및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는데, 씨엠티엑스에는 어떤 의미인가?

▲IPO는 씨엠티엑스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다. 지금까지는 국내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고객 기반을 다져왔다면, 앞으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과 본격적인 협력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구미 'M캠퍼스' 증설 프로젝트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M캠퍼스는 단순한 생산라인 확장이 아니라 초정밀 가공, 자동화 에칭 및 세정, AI 검사 설비를 통합한 스마트팹으로 설계했다. 여기서 연간 생산능력(캐퍼)를 대폭 늘리고 TSMC, 마이크론 등 글로벌 고객사의 고사양 부품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향후 신소재 및 고부가 가치 공정용 소재부품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극저항 초고순도 특성을 가진 차세대 실리콘 소재나 새로운 식각 조건에 최적화된 표면 구조 설계 등 기술적 난도가 높은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한다.

씨엠티엑스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한 부품 공급 업체를 넘어서 글로벌 반도체 팹과 함께 공정을 설계하고 혁신을 만들어 가는 기술 파트너 기업가 되는 것이다. IPO로 확보한 자금도 이런 방향에 맞춰 투명하고 전략적으로 사용될 것이다.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씨엠티엑스에 IPO는 목표가 아니라 더 큰 기술력과 신뢰를 기반으로 성장해 나가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다. 앞으로도 '기술로 시장을 선도한다'는 원칙을 지키며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핵심 파트너로 자리잡도록 노력할 것이다. 기술 혁신이 곧 주주 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재무적 건전성과 투명한 경영을 통해 신뢰받는 기업이 되려고 한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대한민국 반도체 소재부품을 대표하는 'K-소재부품' 대표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끊임 없이 노력하겠다.

◇박성훈 씨엠티엑스 대표는…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인터파크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해 HM본부장을 역임했다. 2013년 씨엠티엑스(구 코마테크놀로지)를 창업하고 구미로 본사를 옮겨 세라믹 및 사파이어 부품 개발에 주력했다. 2017년부터 실리콘 부품 사업에 진출하고, 실리콘 잉곳 소재사업까지 확대하며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2021년 이후 본격적인 도약기를 맞아 2023년 경북 구미시 첫 예비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됐고, 2024년에는 3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의 도약(Jump-Up) 프로그램에 선정됐고,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다. 문과 출신이지만 기술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선이 굵고 일에 몰두하는 노력형 최고경영자(CEO)로 평가받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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