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비싸도 사 먹고 싶어요”…Z세대 난리난 'OO코어' 유행 뭐길래

2025-08-07

“다른 때 과일이랑 맛이 달라요. 덜 달고 상큼한 맛? 그래서 제철인 여름에 꼭 사 먹는 편이에요”

기후변화로 계절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Z세대를 중심으로 ‘제철코어’ 트렌드가 떠오르고 있다. 제철코어는 알맞은 시절을 뜻하는 제철에 핵심을 뜻하는 영어 단어 ‘코어(core)’를 결합한 신조어로, 특정 계절에만 즐길 수 있는 음식이나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찾아 즐기는 흐름을 뜻한다. 특별히 최근에는 식자재를 통해 제철코어를 즐기며 사라져가는 계절감을 되살리려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신선함과 건강함이라는 가치를 동시에 충족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7일 서울경제신문은 네이버 데이터랩에서 39세 이하를 대상으로 ‘제철음식’ 키워드 검색량 지수를 분석했다. 해당 서비스는 특정 검색어의 검색량을 1~100 사이로 수치화해 보여준다. 그 결과 검색량은 2020년 1월 1일 15에서 2025년 8월 6일 42로 약 3배 증가했다. 2024년 10월 5일에는 98까지 치솟기도 했다. 또 다른 키워드인 ‘제철과일’ 역시 2020년 1월 1일 8에서 2025년 8월 6일 21을 기록, 약 3배 올랐다.

주 사용 연령층이 Z세대인 사회관계망서비스 인스타그램에서도 제철음식과 제철과일이 해시태그로 달린 게시글은 7일 기준 각각 30만5000개, 28만7000개에 달한다.

토마토코어에서 제철코어까지…“여름에는 꼭 제철 과일을”

제철코어의 시작점은 토마토다. 여름철 대표 과일로 손꼽히는 토마토는 제철코어 이전에도 토마토코어라는 신조어가 별도로 존재했을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온라인상에서 ‘사과가 되지 말고 도마도가 되라’는 북한 속담을 알리는 게시글이 142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하나의 밈으로 자리 잡았고, 이는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알’ ‘토마토 컵라면’ 등의 제목으로 출판된 시집, 토마토 일러스트 배경 화면, 토마토 파우치가 달린 북커버 등 파생 상품들의 인기로도 이어졌다. 토마토 관련 제품을 다수 소장·애용하고 있다는 20대 조씨는 “귀여워서 하나둘씩 모으기 시작했는데 토마토 코어가 유행하고 나니까 더 사게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이 토마토를 넘어 Z세대가 복숭아, 멜론 등 여름 제철 식자재에 관심 갖는 계기로 작용했고, 제철코어라는 트렌드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단순히 계절에 따른 제철을 넘어 품종별 출하 시기까지 꼼꼼하게 확인하며 즐기기도 한다. 복숭아가 대표적이다. 식감이 딱딱한 복숭아 ‘딱복’, 말랑한 복숭아 ‘물복’으로 나누던 그간의 기준을 넘어 여름철에만 수확하는 ‘신비 복숭아’, ‘납작 복숭아’를 찾아 먹는 식이다.

여름의 대표 사과 아오리를 즐기는 소비자도 많다. 여름에는 꼭 아오리 사과를 찾아 먹는다는 20대 이씨는 “일반 사과와는 맛이 다르다. 특유의 덜 달고 상큼한 맛이 좋아서 여름에는 꼭 사 먹는 편”이라고 강조했다.

조금 더 비싸도, 구하기 어려워도…불황 속 ‘작은 사치’ 유행 여전해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흐름이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작은 사치’ 유행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명 립스틱 효과인데, 고금리, 고물가가 장기화하고 경기 불황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명품 등 고전적인 고가 소비 대신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나만의 작은 사치로 심리적 만족을 얻는 셈이다. 여기에 특정 계절 한정이라는 희소성과 건강을 챙긴다는 이점까지 더해지면서 제철코어는 단발적인 유행을 넘어 Z세대의 또 다른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조금 더 비싼 가격, 한정적인 유통 경로를 감수하더라도 제철코어를 지향하고 있다. 7일 오후 기준 국내 한 포털사이트 쇼핑 탭 상위 검색어에서 일반 복숭아는 1만원 후반대에, 신비 복숭아는 3만원대 가격이 형성돼 있다. 특정 시기에만 출하한다는 희소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구입 경로 또한 원하는 제철 과일이나 음식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기 쉽지 않아 온라인 판매 경로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대형마트나 시장과 같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을 통해 구매, 예약하는 사례도 많다. 국내 과수원이나 농장 등 판매 업체들도 제철코어 트렌드에 맞춰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이나 네이버스토어를 통해 제철 과일 예약 문의를 받고 있다. 경북 영천에서 과수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A씨는 “고객들의 납작 복숭아 문의가 많은 편”이라며 “문의량에 맞춰 물량을 늘 채워두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햇감자칩에서 멜론 케이크까지…유통업계도 나선다

유통업계도 제철코어 흐름을 반영해 여름 특화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오리온은 연중 특정 기간에만 국내산 햇감자를 활용한 제철 감자칩을 생산하고 있다. 제철 햇감자 수확 기간에는 포장 전면에 ‘100% 국산 햇감자’ 문구를 표기한다. 이달 15일에는 '포카칩 햇감자 3MIX 버터감자맛' 등 2종을 새로 출시하기도 했다.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생감자로 생산한 감자칩보다 맛과 신선도 면에서 훨씬 향상됐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제철 과일을 얹은 케이크로 큰 사랑을 받은 투썸플레이스도 더욱 다양한 과일을 접목해 케이크 라인업을 전략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달에는 여름 대표 과일인 멜론을 얹은 ‘멜론생’을 출시해 여름 한정 판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제철코어 트렌드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며 더욱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제철코어 유행은 건강·맛·영양을 모두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층의 선호와도 연결돼 있다”며 “이는 단순히 맛뿐만 아니라 제철 지역을 직접 방문하는 여행 감성이나 지역만의 특색으로도 확장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로컬리즘처럼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는 트렌드다”라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