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충성 안해? 너 턴다” 고위직 10명 날려버린 32세女

2025-11-20

트럼프 2.0, 파워맨 47인

2017년 6월 16일 미국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초여름 저녁 어둠이 깔리자 델라코트 야외 원형 극장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연극 '줄리어스 시저' 공연이 시작됐다.

현대극으로 각색한 주인공 시저는 금발 머리에 큼직한 양복과 길게 늘어뜨린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누가 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풍자한 모습이었다. 시저가 칼에 찔려 쓰러지면서 극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객석에서 한 여성이 무대 위로 난입했다.

스물네살 우파 활동가 로라 루우머였다. 보안요원에게 끌려 내려온 루우머는 경찰에 구금됐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폭력적 이미지에 항의하기 위해서 일을 벌였다고 항변했다.

이 사건은 온라인 매체뿐만 아니라 폭스뉴스·뉴욕타임스(NYT)·CNN 같은 정통 매체에도 보도됐다. 트럼프 귀에도 들어갔다. 트럼프의 예상 밖 승리에 진보 진영의 저항이 거셀 때였다. 취임 6개월 차 신임 대통령은 '자기편'도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루우머는 보수 진영에서 이름을 알리게 됐다.

루우머의 '트럼프 사랑'은 변치 않고 이어졌다. 트럼프를 지지하고 보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트럼프의 정적을 괴롭히고 제거하는 데도 힘을 보탰다.

"배신자" 색출하는 자칭 '충성심 감별사'

2024년 대선 초기, 공화당 경선에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강세를 보였다. 루우머는디샌티스가 가는 곳마다 확성기를 들고 나타나 "배신자", "당신의 대통령은 트럼프"라고 외쳤다.

끈질긴 시위는 언론에 종종 보도됐고, 트럼프의 레이더에도 걸려들었다. 뉴요커에 따르면 루우머는 디샌티스 반대 시위 후 마러라고에 초대받았고, 디샌티스가 최종적으로 출마를 포기하자 트럼프로부터 직접 감사 인사를 받았다.

현장에서 좌충우돌하던 루우머는 지금은 트럼프의 '최고 충성심 집행자'로 성장했다. 누가 온전히 충성하는지, 누가 민주당에 뒷발을 걸치고 있는지 찾아내는 '트럼프 충성심 감별사'를 자처한다.

누가 애국자인지, 누가 외국과 내통해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약화하는지 골라내는 걸 자신의 임무라고 자부한다. 트럼프의 '라스푸틴'으로도 불린다.

이미 '실력'을 보여줬다. 그가 ‘충분히 충성스럽지 않다’고 판단한 공직자 여럿이 옷을 벗었다. 마이클 월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해 최고위 공직자가 10명 넘게 사임했다.

현재 공직을 맡고 있지 않은 루우머의 한마디에 트럼프가 공직자들을 해고한 것이다. 기관장으로 지명됐다가 루우머가 제동을 걸어 낙마한 후보자도 국세청(IRS) 고위직을 포함해 여럿이다.

루우머는 공격한 공직(후보)자가 낙마하면 소셜미디어에 해당 기사를 올리면서 #루머드(loomered)라고 해시태그를 단다. 자신의 성을 동사화해 성공을 자축하는 것이다. 정적의 뒤를 캐거나 망신을 주고, 결국 승복을 얻어내거나 낙마시킨다는 의미로 loomer를 동사처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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