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과거 백악관에서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크리스마스 아침에 선물을 본 아이처럼 열정적인 사람’이라고 묘사하며, 그를 ‘축구의 왕’이라 불렀다. 글로벌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15일 “이런 평가처럼 인판티노는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스포츠 행정가 중 한 명”이라며 그를 비판적으로 소개했다.
2016년 FIFA 회장에 오른 인판티노는 월드컵 출전국 확대(48개국), 클럽 월드컵 확장(32개 팀) 등의 개혁안을 밀어붙이며 자신의 비전을 실행해왔다. 그는 FIFA를 ‘인류에 행복을 제공하는 공식 기관’이라 표현하며,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축구를 통한 세계 통합을 외치고 있다. 디애슬레틱은 “하지만 그의 이면은 복잡하다”며 “유럽축구연맹(UEFA)에서 법률 자문으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본래 조용하고 행정 중심의 인물로 평가됐지만, FIFA 회장이 된 이후 정치적 감각과 권력 지향적인 모습이 강해졌다는 평가가 많다”고 전했다. 매체은 이어 “UEFA 시절 동료들은 그가 예의 바르고 논리적인 사람이었지만, FIFA에서의 그는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성향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인판티노는 스위스 브리그글리스 출신으로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자랐다. 어릴 적부터 축구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으며, FC 브리그글리스 3군에서 뛰면서도 경기장보다는 운영과 조직에 더 흥미를 느꼈다. 젊은 시절부터 이민자 축구팀을 기존 클럽에 통합시키는 등 사회 통합적 역할도 시도했다.

FIFA 회장 선거 당시 그는 깨끗한 이미지를 앞세웠고, 각국 축구협회에 대한 지원금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약속으로 표심을 얻었다. 그러나 당선 이후 그의 행보는 논란을 낳았다. 2016년 ‘파나마 페이퍼스’에 그의 이름이 언급됐고 사적 비용을 FIFA 예산으로 처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FIFA 윤리위는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파나마 페이버스는 파나마의 한 로펌 모삭 폰세카 내부 문서 1150만 건이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에 의해 폭로된 문서로 이 문서에는 전 세계 정치인, 재벌, 유명 인사들이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세워 세금을 회피하거나 자산을 은닉한 정황이 담겼다. 인판티노는 당시 유럽축구연맹 사무총장으로 일하면 남미 방송사들과의 중계권 계약 등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파나마 페이퍼스에 등장한 의심스러운 중개업체와 계약서에 서명한 정황이 문서에 드러나 있다.
FIFA는 그의 리더십 하에 재정과 거버넌스를 크게 개선했다고 주장하지만, 외부에서는 권력 집중과 윤리위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2034년 사우디 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인권 문제를 경시했다는 비판도 강하게 제기된다.
그는 트럼프, 사우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카타르 국왕 등과의 친밀한 관계를 통해 FIFA의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최근 파라과이에서 열린 FIFA 총회에서는 그의 사적인 정치 일정을 이유로 회의 시작이 세 시간 지연돼 유럽축구연맹(UEFA) 회원들이 집단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인판티노는 여전히 FIFA의 상징으로, 10억 달러가 넘는 2026년 월드컵 사이클 수익을 주도하며 재정적으로는 큰 성과를 냈다. 디애슬레틱은 “그러나 언론과의 접촉은 줄이고,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트로피를 SNS에서 공개하는 방식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현재의 모습은 그를 처음 지지했던 이들조차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그는 한때 ‘축구를 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제는 자신이 비판한 권위주의적 리더와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며 “‘진짜 인판티노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