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권동현 기자] 정통 초콜릿 브랜드 ‘가나’가 출시 50주년을 맞아 ‘초콜릿의 예술’을 테마로 한 특별 전시를 열었다. 단순한 간식이 아닌, 기술과 감성, 브랜드 철학이 녹아든 ‘가나 초콜릿’의 반세기 여정을 통해 초콜릿의 품격과 깊이를 되짚는다.
30일 오후 가나 특별전이 진행되는 롯데뮤지엄을 찾았다. 롯데타워 7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이곳이 롯데뮤지엄이고, 가나 특별전이 열렸다는걸 눈을 감아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초콜릿의 향이 콧속으로 끊임없이 밀려들어왔다.

국내 최초 정통 초콜릿 브랜드 ‘가나’가 출시 50주년을 맞아 개최한 특별 전시회 ‘아뜰리에 가나’는 반세기 동안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아온 초콜릿 한 조각에 담긴 기술, 철학, 감성을 오롯이 담아냈다.
전시회 초입 삐죽삐죽 튀어나온 벽은 왼쪽에서 보면 ‘롯데 가나 초코렡’이라는 글자가 보였고, 오른쪽에서 보면 가나초콜릿이 걸어온 역사가 시간순으로 표기돼있었다.
벽면의 역사를 걸으면서 읽었다. 가나 브랜드는 1975년 ‘가나 마일드 초코렡’과 ‘가나 밀크 초코렡’ 2종으로 시작됐으며, 출시 1년 만에 국내 초콜릿 시장 점유율 50%를 기록했다.
1981년 연 매출 100억 원을 달성했고, 1991년 누적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2018년에는 1조 원을 넘어섰으며, 올해 ‘프리미엄 가나’ 라인과 ‘착한 카카오 프로젝트’ 등을 통해 새로운 50년을 준비한다고 써져있었다.

전시장 안쪽에는 국내외 작가 5인이 초콜릿을 주제로 만든 예술작품 31점을 선보였다. 처음 본 작품은 그라플렉스의 ‘픽셀’과 ‘볼드’ 캐릭터로 표현한 작품과 김미영 작가의 캔버스 작품들이었다. 이어 코인파킹딜리버리의 나눠 먹는 즐거움을 주제로 한 작품들과 박선기 미술가의 작품들도 볼 수 있었다.
전시작품들은 모두 감상하고 나오면 국내에서는 가나 초콜릿만 갖추고 있는 제조 가술인 ‘BTC(BETTER TASTE & COLOR CHOCOLATE) 공법’이 벽 3면에 마치 공장처럼 새겨져있었다. 1996년 국내 최초로 ‘BTC’ 공법을 도입해 가나의 풍미와 색감을 극대화했다.
가나초콜릿은 원료부터 제조까지 전 공정을 독자 기술로 소화한다. 대부분의 초콜릿 브랜드가 1차 가공된 카카오 매스를 수입해 쓰는 것과 달리, 롯데웰푸드는 가나산 카카오빈을 원물로 수입해 직접 가공한다.
고온 로스팅, 3단계 그라인딩(쉐어, 스톤, 볼밀), 마이크로 그라인딩, 콘칭, 템퍼링, 몰딩까지 약 10단계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1984년 도입된 ‘마이크로 그라인딩’ 기술은 입자를 12㎛(마이크로미터) 이하로 갈아내 혀에 걸리는 이물감 없이 완전한 입녹음을 구현했다.

가나초콜릿의 기술적 완성도는 ‘기본에 충실한 원료와 제조’라는 롯데 창업주 신격호 회장의 철학에서 비롯됐다. 신 회장은 스위스 최고 기술자인 막스 브락스를 만나 공장 설계와 원료 배합에 대한 모든 권한을 일임하고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다.
신 회장의 “제품이 아니라 예술품을 만들어 주시오”라는 주문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시제품이 나왔고 모든 임원진들과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으며, 입에 넣자마자 녹는 듯한 그 초콜릿, 그날이 바로 가나 초콜릿이 탄생한 날이었다.
한편 지난해 10월 신동빈 롯데 회장을 포함한 한·일 롯데 식품사 경영진이 초콜릿 원료의 원산지인 아프리카 가나 수훔 지역을 직접 방문해 카카오 농장 점검과 묘목 기증을 실시했다.
롯데는 기후 위기로 카카오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가나의 방역 시스템, 경제 수준을 고려했을 때 단시간 내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가나 현지 카카오 농장과 계약을 맺고 공동으로 구매했다. 신동빈 회장은 “한·일 롯데가 힘을 합쳐 지속 가능한 카카오 원두 생산이 가능하도록 협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