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문구업계가 다이소·쿠팡 등 대형 유통사의 저가 공세로 전통 문구점이 무너지고 있다며 정부에 긴급 보호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문구 소매점 수가 10년 새 60% 이상 줄어드는 등 업계 존립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한국문구인연합회 등 문구 3단체는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업 유통채널에서 문구류가 미끼상품으로 취급되며 지역 상권과 전통 문구점이 붕괴 위기에 처했다”며 제도적 보호장치 마련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동재 한국문구인연합회 회장, 문윤호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장낙전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이사장이 참석해 호소문을 발표하고, '문구업종 긴급 보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단체들은 “대형 유통사가 소비자 유인책으로 문구류를 초저가 판매해 영세 소상공인의 가격 경쟁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며 “학교·학원가 인근 문구점의 매출 기반이 흔들리면서 주문 물량 감소와 서비스 품질 저하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문구 소매점 수는 2018년 1만여 곳에서 현재 4,000곳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돼 60% 이상 감소했다.
업계는 대응책으로 △대형 유통사의 문구용품 취급 제한 △서적과 형평성 차원의 문구용품 부가세 면제 △전통 문구점 혁신을 위한 키오스크(자동판매시스템) 도입 지원 등을 제안했다.
이동재 회장은 “문구업은 서적과 마찬가지로 교육과 창의성을 뒷받침하는 기반 산업”이라며 “정부 지원이 마련된다면 국민에게 새로운 가치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대기업이 모든 시장 영역까지 잠식하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설 자리가 사라진다”며 “과거 MRO(소모성 자재구매대행) 시장에서 대기업이 진출했다가 상생 논란 끝에 철수한 사례처럼, 이번에도 시장의 상도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의 비즈니스를 막자는 게 아니라 상생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사회가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