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의 미국 판매법인 매출액이 올 상반기 기준 전년대비 2배 뛰었다. 이미 2개 분기 만에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액도 넘어섰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통해 엔비디아를 사로잡는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것이 실적으로도 드러난 셈이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미국에 위치한 SK하이닉스 반도체 판매법인인 'SK하이닉스 아메리카(SK hynix America Inc.)'의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액은 24조7493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 아메리카'의 매출액이 지난해 상반기 기준 12조1878억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1년 새 103.1% 늘어난 수준이다. 이는 이미 작년 3분기 누적 매출액도 넘어섰다. 'SK하이닉스 아메리카'의 작년 3분기 기준 매출액은 21조1584억원이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을 2년 전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성장세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지난 2023년 상반기 기준 'SK하이닉스 아메리카'의 매출액은 4조2713억원을 기록했다. 즉 2년 만에 매출액이 479.4% 가량 증가, 약 6배 가까이 불어났다는 얘기다.
이처럼 'SK하이닉스 아메리카'의 매출액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HBM이 꼽힌다. 작년부터 인공지능(AI) 붐과 함께 HBM이 핵심 부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 덕에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HBM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SK하이닉스는 그중에서도 리더 자리를 차지했다. HBM에서만큼은 시장점유율 62%를 차지할 정도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미국에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몰려있는데다 AI발 HBM 등 수요가 늘어나면서 미국 판매법인 매출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SK하이닉스가 HBM 큰손인 엔비디아를 주요 고객으로 사로잡은 게 가장 주요했다. 엔비디아의 물량 대부분을 SK하이닉스가 소화했기 때문이다. 그 덕에 AI발 훈풍에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는 동반 성장했다.
SK하이닉스가 'SK하이닉스 아메리카' 대표를 4년 만에 교체한 것도 이같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비즈니스 업무를 집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아메리카' 대표는 기존에 김주선 사장이 이끌어 오다가 올초 류성수 HBM 비즈니스 담당 부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SK하이닉스는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링크드인을 통해 "SK하이닉스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류성수 대표는 메모리 및 반도체 솔루션을 발전시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HBM 기술과 D램 제품 기획의 획기적인 혁신을 주도해왔다"며 "우리는 그가 SK하이닉스 아메리카의 새로운 장으로 이끄는 탁월한 리더가 될 것이라 확신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PC, 모바일 등 메모리 시장 전방산업은 성장이 둔화되면서 중국 판매법인의 매출액은 줄었다.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판매 법인인 'SK하이닉스(우시) 반도체 세일즈(SK hynix (Wuxi) Semiconductor Sales Ltd.)'의 매출액은 6조1873억원으로 전년대비 13.3% 줄었다.
실제 이같은 전방산업의 부진과 HBM의 수요 증가는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부문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4000억원에 그쳤던 반면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9조2129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재고자산평가충당금을 반영한 탓도 있지만 HBM 시장에서 초기 대응에 실기해 흐름을 타지 못한 탓이 컸다. 결국 HBM 시장에서 승기를 잡은 SK하이닉스만이 홀로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시장에서는 HBM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HBM4(HBM 6세대)부터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본격적인 경쟁 구도로 인해 SK하이닉스의 독주가 주춤할 수 있지만, 성장세는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로드맵이 가장 앞서 있고, 고객사와의 파트너십이 강한 SK하이닉스가 HBM 경쟁 우위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