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티에듀, 디지털새싹 1기 프로그램 진행…3200명 학생 참여해 ‘높은 호응’
“사람을 졸라맨이나 막대인간처럼 그려도 되죠?”
서울 은평초등학교 4학년 6반 교실에서 한 학생이 연필을 쥔 채 초롱초롱한 눈으로 묻는다. 교사는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스토리보드는 연습장 같은 거야. 인공지능(AI)이 제작해 주는 웹툰에 무엇을 배치할지 생각하는 선행 작업이라 간단히 내용만 넣으면 돼. 나머지는 AI가 예쁘게 완성해 줄 거야.”
순간 학생의 눈빛이 다시 반짝이며 연필 끝은 종이 위를 바쁘게 움직인다. 삐뚤빼뚤하지만 자유로운 선 속에서 저마다의 이야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학생들이 몰입해 있는 이 수업은 교육부, 17개 시도교육청,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고 이티에듀가 운영하는 '디지털 새싹'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디지털 새싹은 초·중·고 학생들에게 무료로 AI와 소프트웨어(SW) 체험 기회를 제공해 디지털 역량을 키우는 사업으로, 2022년부터 진행 중이다.
지난 19일 서울 은평초에서는 'AI, 나의 첫 크리에이티브 파트너'라는 주제로, 학생이 직접 AI가 탑재된 그리기 도구 '투닝'을 활용해 웹툰을 제작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은 먼저 스토리보드를 그렸다. 웹툰에서 스토리보드는 컷의 구성과 등장인물, 사건, 갈등, 결말을 미리 구상하는 설계도다.
“토끼를 키우고 싶어 백화점에서 엄마·아빠랑 말다툼했는데 결국 제가 이겼어요. 토끼는 우리 가족이 되었어요.”
“여름방학 때 물놀이를 갔다가 사촌이랑 싸웠지만, 결국 오해를 풀고 재미있게 놀았어요.”
학생들은 최근 자신이 겪은 사건들을 기승전결 구조에 담아내 스토리보드로 완성했다. 이를테면 등장인물은 토끼, 엄마 아빠, 자신 그리고 배경은 백화점, 사건은 말다툼 등 일어난 사건에 대해 간결하게 요약하고 사건의 결론까지 내면서 '스토리'라는 흐름을 이해했다.
이창훈 교사는 “이야기 구조를 짜는 일은 학생들에게 창의성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과 논리성을 키우는 과정이 된다”고 말했다.
머릿속 상상을 간단한 그림으로 옮겼다면 이제 AI와 협업할 차례다. 투닝은 다양한 캐릭터와 상황이 담긴 배경 사진, 귀여운 이미지들을 편집, 배치해 꾸밀 수 있고 직접 그리기도 가능했다. 아이들은 스토리보드를 바탕으로 실제 웹툰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배경을 고르고, 인물을 배치한다.
“내 그림이 만화 주인공처럼 변했고 말도 해요.” 모니터 속 캐릭터가 알록달록한 배경 위에서 대사를 내뱉자 학생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옆자리 친구들이 고개를 내밀며 화면을 둘러싸고, 교실은 작은 만화방처럼 웅성거림과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학생들은 AI의 다양한 기능으로 개성 가득한 웹툰을 완성해갔다.
수업에 참여한 한 여학생은 “대충 그린 그림이 멋지게 바뀌었다”며 “사진을 고르고 대사를 넣는 게 재밌었고 직접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AI가 도와준다는 것이 놀라웠다” 라고 소감을 전했다. 옆자리에 앉은 친구도 “그림 그리기가 어려웠는데 AI가 도와주니 멋지게 완성됐다”며 활짝 웃었다.
교실 곳곳에서는 다양한 작품이 쏟아졌다. 캠핑카 여행, 과학실 이야기, 낚시터에서 생긴 일, 반려 토끼를 만난 사건 등 학생들의 상상력은 눈 깜짝할 새 AI 배경 위에서 살아 움직이고 학생들의 손길에 따라 표정을 바꾸거나 말풍선을 달며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 냈다.
이창훈 교사는 “단순히 디지털 도구를 접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기획하고 제작해보면서 문제 해결 과정과 창의적 사고를 배우는 게 핵심”이라며 “평소 수업 시간에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을 해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사 차원에서도 새로운 디지털 역량과 AI 기술 등을 배울 수 있어 유익하다. 이를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 의미가 크다” 고 전했다.
이티에듀가 운영하는 디지털 새싹은 현재 총 6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데이터 모험가와 함께 떠나는 문제 해결 챌린지 △상상이 현실이 되는 스마트시티 메이커 △AI, 나의 첫 크리에이티브 파트너 △디지털 사회성을 키우는 키오스크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학생들이 사교육에서 접하기 힘든 첨단 SW와 AI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올해 5월부터 진행한 이티에듀의 1기 프로그램은 3200명의 학생이 수업을 이수하며 목표 인원 2900명을 초과 달성했다.
스마트시티 메이커 과정을 마친 인천의 한 초등학생은 “내가 만든 AI와 대화하고 싶다”며 “생활 속에도 디지털이 많이 쓰인다는 걸 알게 됐고 응용 사례가 유익했다”고 말했다.
이티에듀의 2기 프로그램은 다음 달부터 시작되며, 전국적으로 1900명 이상의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한다. 홍선민 이티에듀 사업본부장은 “1기 프로그램을 진행한 교사와 학생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2기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이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쉽게 익힐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미현 기자 m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