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주정치(君主政治)란 문자 그대로 ‘군(君·임금 군)’이 ‘주인(主·주인 주)’인 정치를 말한다. 그러므로 군주정치 시대에는 군주가 섬김의 대상이다. 민주정치(民主政治)는 ‘민(民·백성 민)’이 주인인 정치를 말한다. 당연히 백성 즉 국민이 섬김의 대상이어야 한다. 군주정치에서는 신하나 백성이 군주를 섬길 때 먼저 일에 집중하여 성과를 내고 그 성과에 따라 녹봉이나 포상을 받는 것이 원칙이었다면, 지금 민주정치 시대에는 대통령 이하 모든 공직자들이 국민을 섬기는 일에 최선을 다한 후에 그 최선에 대한 대가로 급여도 받고 포상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잘못된 정치 풍토 아래서의 공직자는 일에는 집중하지 않고 급여만 챙긴다. 심지어 뇌물을 받거나 횡령하여 제 뱃속을 챙기기도 한다. 나라 꼴이 잘 될 리가 없다.

시간만 채우는 것을 노동이라 여겨서는 안 된다. 공직자로서 자발적·창조적 노동을 회피하면서 꼬박꼬박 월급만 챙기는 것은 사실상 범죄행위이다. 바짝 엎드려 눈치만 살피면서 움직이지 않는 복지부동(伏地不動)의 삶은 두더지만도 못한 삶이다. 복지부동하며 비겁하게 번 돈으로 자식 호강시키는 것을 사랑이라고 말하지 말라! 열심히 일하는 떳떳한 삶 속에 사랑도 있고 행복도 있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