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기업 분할과 함께 지배구조 개편…창업자 이정훈 체제 공고화

2025-11-18

[비즈한국] 빗썸의 신설 법인 빗썸에이가 출범하면서 시장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외부에 나서지 않던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의장이 빗썸에이의 초기 대표직을 맡아 경영 복귀의 신호탄을 쐈기 때문이다. 빗썸에이 설립 과정에서 지배구조를 개편한 빗썸은 기업가치 제고와 더불어 이 대표 지배력을 강화해 실소유주 논란에서도 벗어나려는 모양새다.

빗썸은 지난 7월 트래블 룰(자금 세탁 방지를 위해 금융자산 송·수신인 정보를 제공하는 제도) 솔루션 자회사 코드의 지분 전량을 빗썸홀딩스에 매각했다. 코드는 국내 트래블 룰 도입에 대응하기 위해 2021년 9월 가상자산 거래소 3사(빗썸·코빗·코인원)가 9억 원을 출자해 설립한 회사다. 거래소마다 지분 33.3%를 보유하고 있다. 2022년 11월부터 이성미 전 빗썸 준법감시인이 대표직을 맡았다.

이번 코드 지분 매각은 빗썸에이 신설에 따른 것이다. 빗썸은 “인적분할 후 가상자산 거래소와 비거래소 사업 영역, 지배구조를 명확하게 하는 과정에서 빗썸홀딩스로 코드 지분을 매각했다”고 설명했다. 트래블 룰 솔루션은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의 필수 분야지만 공동 출자 구조로 인해 지주사 쪽으로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코드 매각에 이어 투자 관련 자회사인 아이씨비앤코·아시아에스테이트·빗썸파트너스의 지분도 빗썸에이로 이전하면서, 빗썸은 기업 분할 계획에 따른 지배구조 개편을 마쳤다. 빗썸에 남은 비티씨아이제1호2021벤처투자조합은 2026년에, 아르바이트 매칭 플랫폼을 운영하는 반장프렌즈와 패션 사업을 하는 아르카랩은 2027년 이후에 빗썸에이로 이전한다.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빗썸은 법인 분할로 기업가치 제고를 꾀하고 있다. 빗썸에이는 본업인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제외한 신사업, 지주 사업, 투자 사업 등을 맡는다. 빗썸에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투자 사업과 신사업을 펼치는 한편 빗썸은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에만 집중해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빗썸에이는 9월 25일 설립 등기를 마쳤다. 등기 후 이정훈 전 의장이 빗썸에이의 초대 대표를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의 눈길이 쏠렸다. 이 대표는 빗썸 창업주이자 실소유주로 불리지만 그동안 대외 행보를 자제했기 때문이다. 코인 상장 사기 등 사법리스크에 휘말리면서 등기임원에서도 대부분 물러났는데, 이번 법인 설립으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이 대표가 경영에 복귀하면서 자회사 실적을 개선할지도 주목된다. 빗썸에이가 품은 자회사 3곳 모두 영업이익에서 적자를 내는 상태다. 해외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는 아시아에스테이트의 2024년 영업이익은 –4억 원, 당기순이익은 –41억 원으로 순이익의 경우 2023년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기업 컨설팅 업체 아이씨비앤코는 순이익에서 흑자를 유지했으나 2024년 기준 9659만 원으로 아직 규모가 작다. 빗썸파트너스는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을 하던 빗썸메타가 2024년 하반기 투자 전문 업체로 전환한 뒤 영업이익 –8억 원을 기록했다. 빗썸에이로 이전이 예정된 신사업 회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반장프렌즈의 2024년 영업이익은 –3억 원으로 적자였다. 올해 2월 탄생한 신규 회사 아르카랩의 경우 3분기에 매출액이 발생했으나 2000만 원대에 그쳤다. 순이익도 손실을 기록했다.

기업 분할 과정에서 ​이정훈 대표는 ​지주사 지분을 늘려 지배력을 강화했다. 동시에 빗썸을 둘러싼 지배구조 및 실소유주 리스크도 줄이는 모습이다. 빗썸의 지배구조는 여러 회사가 복잡하게 얽혀 있으나 크게 이 대표 측과 비덴트 측으로 나뉜다. 이 대표가 지배구조 정점에 있고, 아래에 해외 소재 지주사 두 곳과 디에이에이가 있다. 한편에는 비덴트가 이니셜투자조합 → 버킷스튜디오 → 인바이오젠 → 비덴트로 이어지는 출자 구조로 빗썸과 빗썸홀딩스의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현재 빗썸홀딩스 최대주주는 디에이에이와 비덴트다. 애초 비덴트 지분(34.22%)이 디에이에이(29.98%)보다 우세했으나 구도가 바뀌었다. 빗썸은 6월 중 증권신고서를 통해 디에이에이가 보유한 빗썸홀딩스 지분이 34.2%로 증가했다고 명시했다. 여기에 이 대표 개인도 빗썸홀딩스 지분을 4.46% 가지고 있다. 반면 비덴트 지분은 30.0%로 감소했다.

이처럼 빗썸이 이정훈 대표 체제를 공고히 하면서 업계 2위에서 몸집을 더 키울지 주목된다. 빗썸은 3분기 매출 1960억 원, 영업이익 701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84%, 771% 증가라는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 대표가 직접 빗썸에이 방향키를 쥔 만큼 향후 공격적 투자 등으로 비가상자산 분야에서 실적 개선에 성공할 경우 신사업 확장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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