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이번 호에서 소개할 자연과학은 바다생물에 관한 것이다. 대부분 독자가 이 생물을 난생처음 접할 것으로 짐작된다. 이 주장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이 존재가 바다에 서식하며 맨눈으로는 인식할 수 없을 만큼 미세하기 때문이다. 혹여 과거에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다가 이 생물이 손에 붙은 적이 있더라도, 그 사실조차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필자는 이 생물을 소개하고 그 존재를 함께 인식함으로써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생물 세계의 한 면을 독자와 공유하고자 한다.

발견
독일학자 Robert Hertwig(헤르트비히)는 1877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 해양생물을 기록하였다. Hertwig는 이탈리아 메시나 항구에서 원양 어업을 하는 고기 잡는 어망에서 이 표본을 채집해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창 모양의 단단한 위족이 줄지어서 배열된 모양을 보고, sticho(stíchos (στίχος): 줄, 열), -lonche (lónchē (λόγχη): 창), 그리고 메시나 지역의 옛 이름인 Zancle을 따서 Sticholonche zanclea로 명명하였다(Hertwig, 1877). 한국에서는 아직 분류학적 기록이나 한국명이 없다.
스티코론케 잔클레아의 형태적 특징
크기는 약 150-200㎛=0.2㎜ (1mm를 10칸으로 쪼갰을 때 그중 2칸 정도 크기). 물속에 떠 있는 모습은 맨 눈으로 보았을 때 흰색 점과 같다. 현미경 아래에서 확대한 모습은 그림 1과 같다.
땅콩 모양의 핵이 중앙에 있다. 세포 표면 전체에 길고 곧은 위족(axopodia)과 오팔질 실리카 골격의 굵고 납작한 “노“형 위족이 있다. 6열을 따라 320개의 노형 위족이 방향성 있게 규칙적으로 배열하고,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노를 젓는 것과 같다. 위족의 기능은 곧게 뻗어서 먹이를 잡고, 그 과정에서 몸을 조금씩 움직이게 한다.
원생생물에서 위족의 중요성
위족(僞足, pseudopod)은 세포가 필요할 때 만들어 쓰는 기관이어서 ‘가짜 발’이라고 이름하였지만, 원생생물에게 중요한 생존 구조이다. 위족 유형은 아메바형, 망상형(reticulopodia), 방산충형(axopodia)이 있다(표).

흔히, 위족의 기능은 먹이 표면에 접촉해서 수축시켜 세포 본체로 이동하는 역할을 한다. 또 감각 기능을 하기도 하고, 체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구조적 지지나 해양 부유생물에서 침강 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아메바형에서는 위족을 내밀어서 몸을 끌고 가는 형식의 이동을 한다. 전형적인 방산충형에서도 위족은 미세한 위치를 조절해 물속에서 몸이 쉽게 가라앉거나 뒤집히지 않고, 일정한 위치나 자세를 유지하도록 돕는 부유 기능을 한다. 방산충의 경우, 위족이 능동적인 운동성이 없는 반면, 스티코론케 잔클레아는 미세하지만, 먹이를 포획하면서 움직인다.
스티코론케 잔클레아의 분류학적 위치와 다른 분류군과 차이점
이 종은 미세소관에서 뻗어 나오는 구조의 방산충형 위족을 갖기 때문에 현재까지 방산충류에 속한다. 그러나, 방산충의 전형적인 실리카 격자 골격(그림 2)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6개 목(oder) 중, 독립된 Taxopodia 목에 속하며, 현재까지는 단일종(속, 과, 목 분류군에 오직 한 종만 존재하는 경우)이다.
전형적인 방산충은 중앙캡슐(central capsule) 안에 핵이 있다. 중앙 캡슐을 경계로 내세포질과 외세포질을 분리한다. 이 경우, 위족은 내세포질 안에 미세소관에서 만들어져 외세포질로 뻗는다. 내세포질에서 위족의 뿌리인 미세소관이 이곳에서 방사형으로 배열된다. 외세포질은 실제 위족이 보이는 곳이고, 외세포질이 위족을 따라갔다가 다시 몸으로 돌아옴으로써 먹이를 운반하고 접촉 신호를 전달하며 물속에서 부유할 수 있게 한다. 반면, 스티코론케 잔클레아는 중앙캡슐이 없어 내, 외 세포질의 구분이 거의 없다. 위족의 움직임도 비대칭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먹이를 포획하고 미세하게 몸을 움직이게 한다.

먹이를 잡다 보니, 몸이 앞으로 가요
스티코론케 잔클레아가 위족을 뻗어서 먹이를 잡을 때, 먹이가 몸쪽으로 온다. 이때 중요한 것은 스티코론케 잔클레아가 가시를 모두 똑같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쪽 가시를 더 많이 움직여서 먹이를 끌어당기면서 몸도 조금씩 앞으로 끌려 나오는 현상이 발생한다. 비유로 말하자면, 젤리 바닥(바닷물은 0.2㎜ 생물에게는 젤리처럼 끈적한 힘이 있다)에 누워 있는데, 손으로 장난감을 꽉 잡아당기면 장난감만 오는 게 아니라 내 몸도 조금 따라오는 이치이다. 이 현상은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보통 물속 작은 생물들은 편모(flagella) 회전, 섬모(cilia)의 비가역적 박동, 세포 형태를 변화시켜 움직이는 데 반해, 스티코론케 잔클레아는 밥을 먹는 동작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물리학에서는 점성과 관성의 지배라는 이론이 있다(레이놀즈 수). 관성(inertia)은 한 번 움직이면 계속 움직이려는 힘으로, 자동차, 배가 계속 움직이려는 힘이며, 점성(viscosity)은 물이나 점착성 액체에서 움직일 때 느껴지는 끈적임으로, 예를 들면 꿀 속에서 손가락을 움직일 때 느껴지는 저항과 비슷한 것이다. 사람은 물에서 팔을 한번 휘젓고, 다리를 차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점성 지배(Re ≪ 1) 환경에서 작은 물체는 물을 차고 나가기에 물은 저항이 너무 커서 힘을 주어도 바로 멈춘다. 그러나, 스티코론케 잔클레아는 많은 노 모양(axopodia) 위족을 줄지어 젓듯 배열하여 위족의 방향과 길이를 비대칭으로 조절한다. 결과적으로 작은 물체가 점성의 제약을 넘어 ‘능동적 전진’을 하는 것처럼 보여, “레이놀즈 수를 무시”하는 것처럼 관찰된다. 스티코론케 잔클레아는 헤엄치지 않고, 밥을 먹으면서 앞으로 가는 생물이다.
참고문헌
Hertwig, R (1877). Studien uber Rhizopoden.Jenaische Zeitschrift für Naturwissenschaft.11: 324-348.
권춘봉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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