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도 디자인 주체는 사람"

2025-11-17

“인공지능(AI)은 제품을 구현하는 도구일 뿐입니다. AI 시대에도 디자인의 의미를 찾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안투안 베세르 데스 호르트 릭실(LIXIL) 글로벌 디자인 아시아 총괄 부사장은 17일 디자인코리아 2025 참석차 방한한 계기로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AI는 그 자체만으로 디자인의 목적이 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릭실은 아메리칸 스탠다드·이나엑스(INAX)·그로헤(GROHE) 등 글로벌 욕실·주거용품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으로 아메리칸 스탠다드와 이나엑스는 각각 100년이 넘는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베세르 부사장은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 속에서 글로벌 기업의 디자인 전략을 총괄하며 AI를 활용하는 최적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베세르 부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릭실은 이를 위해 지난 2년간 디자인 프로세스 전반에 생성형 AI를 접목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디자인 단계와 사용자에 따라 AI의 효율성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파악했다고 한다. 베세르 부사장은 “정확성이 크게 요구되지 않는 초기 아이디어 구상 단계에서는 AI가 높은 효율을 보였지만 제품을 구체화하고 실제로 구현하는 후기 단계에서는 정확도가 떨어졌다”며 “마지막 단계로 갈수록 인간 디자이너의 경험과 판단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베세르 부사장은 “전문성을 갖춘 디자이너가 AI를 활용하면 창의성과 효율성이 극대화할 수 있지만 비전문가의 경우에는 오히려 AI를 통해 한계가 드러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AI는 강력한 도구지만 그 자체가 초능력은 아니다”라며 “전문가의 경험과 판단이 있어야 비로소 AI 활용의 가치가 발현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AI 사용에 대한 그의 철학은 ‘누구를 위한 디자인인가’를 질문하는 릭실의 디자인 전략과 맞닿아 있다. 릭실은 아메리칸 스탠다드, 이나엑스 등 각 브랜드의 이미지와 타깃층에 따라 서로 다른 디자인 전략을 취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더 나은 집을 만든다”는 점에서 동일한 가치를 추구한다. 그는 “욕실이 기능 중심의 공간에서 감정적인 회복을 추구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는 최근 트렌드를 언급하며 “AI는 맞춤형 설계와 디자인 다양성의 측면에서 기회를 제공할 뿐 그 경험을 통해 어떤 가치를 부여할지는 인간이 결정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를 바탕으로 릭실은 맞춤형 디자인이 강화되는 흐름에 대응하고 있다. 릭실은 AI를 고객 응대·쇼룸 경험 개선, 제품 선택 가이드 자동화, 내부 디자인 워크플로 효율화, 아이디어 발상 및 콘셉트 생성 보조 등 다양한 방안으로 활용 중이다. 자연 형상을 모티브로 한 그로헤의 ‘바이오필릭 디자인’ 수전,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능이 작동하는 이나엑스의 스마트 토일렛 등은 AI를 통한 기술력과 인간 디자이너의 판단력이 결합된 대표적인 사례다.

베세르 부사장은 “우리는 경제·산업 전반이 큰 변동을 겪는 전환점에 살고 있다. 이는 디자인을 어떻게 정의하고 소비자와 소통할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방식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할 수 있는 기회”라며 “앞으로도 기술이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의미 있게 쓰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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