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칼럼] OSINT, 사이버 기반 조직범죄 꿰뚫다

올해 하반기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사회적 이슈 중 하나는 캄보디아 취업 사기 관련 사건이었다. 한국 국적자를 대상으로 한 해외 취업 사기는 고수익을 미끼로 구직자를 유인한 후, 이들을 불법 도박 또는 사기 시설에 감금하고 온라인·로맨스 스캠 등 각종 불법 사기 활동에 강제로 동원하는 방식으로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조직범죄는 인터넷의 다크웹과 암호화 메신저를 주 활동 무대로 삼아, 전통적인 수사 방식이나 포렌식 기법으로는 추적하기 어려운 익명성과 보안성을 확보하고 있다. 기존의 일반적인 디저털 범죄 수사 기법이나 단순한 사후 대응만으로는 폭발적인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없다. 또 최근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과 공개 정보 활용 지능(OSINT)을 이용하지 않고선, 선제적 추적 및 통합 예측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이 복잡하고 은밀한 사이버 기반 조직범죄의 고리를 끊어내기 어렵다.

다크웹·딥웹 데이터를 활용한 OSINT 활동은 인터넷 은밀한 곳에 흩어진 방대한 정보를 수집 및 분석해 위협의 실체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진단한다. 올해 3분기 텔레그램, 다크웹 커뮤니티, 불법 사이트 등 다수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수집·분석한 10만건 이상의 구인 게시글 중 상당수가 불법 온라인 사기 및 범죄 조직 연계형 구인글로 분류됐다.

이러한 사이버 범죄 통로의 실태를 파악한 결과, 연락처가 명시된 게시글 중 텔레그램 아이디(ID)와 인터넷주소(URL)가 총 79.6%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사이버 범죄 행위자들이 익명성과 대량 게시 자동화 기능을 활용해 전통적인 인터넷프로토콜(IP) 추적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낸다. 또, 이러한 사기성 게시물은 특정 범죄 도메인뿐만 아니라, 일반 커뮤니티, 한인회 게시판 등 관리가 미비한 표면 웹에서도 활발히 확산하고 있어, 일반 시민들이 쉽게 속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다크웹·딥웹 통합 모니터링 체계는 사이버 범죄의 익명성과 확산성을 극복하고 이를 사전에 차단해, 더욱 안전한 인터넷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불법 채용형 게시물과 의심스러운 메신저 ID를 게시 단계에서 실시간 식별해 피해 확산을 차단한다. 하나의 텔레그램 계정이 다수의 범죄 모집 채널에 참여하고 동일한 메시지를 반복 게시하는 정황은 조직적 운영 가능성을 입증하며, 브로커 모집 채널 → 피해자 유입으로 이어지는 유인 구조를 파악하는 핵심 단서가 된다.

나아가 다크웹과 공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수집된 정보를 개인 식별 정보, 얼굴인식, 신분 정보 연계 분석 등의 기법과 결합해, 행위자의 신원, 범죄 행적(마약 유통, 살인 등), 그리고 조직의 배후까지 파헤친다. 이러한 심층 분석은 수사기관에 국제 공조가 가능한 실질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핵심적인 과정이다.

해외 취업 사기형 사이버 범죄는 속도성, 익명성, 광범위한 확산성 때문에 피해가 발생한 이후의 대응으론 피해 규모를 따라잡기 어렵다. 인명 보호와 범죄 예방이라는 사회적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우리는 OSINT를 활용한 통합 모니터링 체계를 시급히 활성화해야 한다.

이는 게시물 수준에서 조기 탐지(Early Warning)를 수행하고, 수집된 인텔리전스를 국제 수사기관과 공유해 다국적 조직범죄 네트워크에 대한 단서로 활용해, 더 이상의 피해와 고통을 만들지 않기 위한 인텔리전스의 역할이기도 하다.

정부, 수사기관, 민간 보안 전문가들이 OSINT 인텔리전스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이를 기존 보안 시스템에 통합하는 노력이 시급하다. 통합 모니터링 체계 활성화는 더 이상의 피해 확산을 막고, 사이버 범죄에 대한 국가적 방어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유일한 길이다.

기존 인텔리전스 영역은 현재 인터넷 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확장됐으며, 동시에 다수의 정보 보안 기업들은 AI 등을 활용해 인터넷상의 다양한 정보를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기회를 발판 삼아 관련 디지털 포렌식 기술 분야에서 한국 정보 보안 기업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허영일 스텔스모어 대표 louis.hur@stealthmo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