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차라리 쉬는 게 낫다’는 인식 탓에 실업급여 줄줄 새는 것

2025-11-06

실업급여 부정 수급이 해마다 늘고 있다. 6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부정 수급 건수는 1만 7246건, 부정 수급액은 230억 원에 달했다. 이대로면 5년 내 최고 수준이 될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반복 수급이다. 최근 5년 동안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수급자는 지난해 11만 2823명으로 3년 새 12.3% 늘었다. 노동시장에 참여하기보다 실업급여를 받는 편이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악의적으로 재취업과 실직을 반복하며 부정 수급을 노리는 사례도 많다.

고용보험 제도가 ‘실업자 생계 유지 장치’로 전락한 것은 제도의 허점 탓이 크다. 실업급여 하한액이 최저임금의 80%에 연동돼 매년 인상되며 비과세소득으로 분류돼 실질적으로는 최저임금 기준 월급보다 높은 기이한 상황이 됐다. 심지어 하한액이 상한액을 넘어서는 ‘역전 현상’까지 벌어졌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기초일액을 3.2% 올려 실업급여 상한액을 인상했지만 하한액 자체가 과도하게 높은 현실에서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실업급여 하한액은 40세 기준 평균임금의 41.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일하지 않아도 일정 수준의 소득이 보장된다면 근로 의욕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업급여의 본래 목적은 구직자의 안정적 재취업을 돕는 것이다. 부정·반복 수급은 고용보험 재정의 누수를 초래하고 성실한 수급자의 권리를 침해한다. 지난해 기준 고용보험기금 잔액은 7조 8000억 원이지만 10조 3000억 원은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차입금으로 사실상 마이너스 상태다. 이대로 가다가는 제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정부는 실업급여 제도의 근본적 개편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하한액의 최저임금 연동을 재검토하고 반복 고용을 양산하는 사업장에는 보험료율을 차등 적용하는 ‘경험요율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최소 가입 기간도 현행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늘리는 쪽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발적 실업자에게까지 실업급여를 확대하는 방안은 ‘쉬는 게 낫다’는 잘못된 인식을 키울 수 있다. 부정 수급자에게 달콤한 ‘시럽급여’가 되지 않도록 정부가 조속히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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