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박10일 훈련…예비군 2만2000명 동원
미국에서 인도한 하이마스도 실전에 투입
중국 회색지대 전술·상륙전 등 집중 대응

중국군의 침공에 대비해 대만군이 실시하는 연례 군사훈련인 한광훈련이 9일 시작됐다. 대만군은 올해 훈련을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하며 중국의 ‘회색지대 공격’ 대응 태세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최근 미국이 인도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도 훈련기간 선보인다.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올해 41회째를 맞는 한광훈련은 18일까지 9박10일 일정으로 진행된다. 통상 4박5일 일정으로 진행되던 예년보다 훈련기간이 2배 늘었다. 정규군 외 여단 규모의 예비군 2만2000명도 처음으로 훈련에 참여한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이전에는 주로 비상 작전과 방공 및 합동 요격 작전 훈련 등이 중점적으로 이뤄졌으나, 9박 10일로 연장되면서 실전 상황을 염두에 둔 다양한 훈련과 회색지대 도발 대처 훈련이 강도 높게 치러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미국에서 인도된 하이마스가 처음으로 실전 훈련에 투입된다. 대만군은 기동성이 뛰어난 정밀 타격 시스템인 하이마스와 자국산 다연장 로켓 레이팅2000을 결합한 방어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대전차용 토우(TOW) 미사일,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인 스팅어 미사일 등도 훈련에 투입된다.
올해 한광훈련은 특히 ‘회색지대 전술’을 차용한 공격에 격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중국의 민병대, 해안경비대 등이 회색지대에서 대만군을 교란하고 훈련을 급작스럽게 전투로 전환해 상륙하는 것을 저지하는 것 등이다. 초등학교 등지에서 시가전 대비 훈련과 대피 훈련도 이뤄졌다.
회색지대 전술은 실제 무력 충돌·전쟁으로 확대되지 않을 정도의 저강도 도발로 이뤄지는 군사훈련을 말한다. 대만군은 2027년 중국군이 평상시처럼 대만 섬을 둘러싸고 회색지대 훈련을 하다가 급작스럽게 침공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있다. 중국은 한광훈련 개시 사흘 전인 지난 6일 푸젠성 둥산과 대만해협을 남북으로 연결한 M503을 잇는 W121 항로를 개설했다. 정상적인 비행항로로 이용되는 이 노선을 따라 중국 전투기가 출격해 대만을 공격하면 대응이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회색지대 전술은 대만 사회에 극도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조성하고 ‘차라리 중국과 싸우지 않고 투항하는 것이 낫겠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심리전과 병행된다. 중국군이 지난 4월 대만 포위훈련을 하며 대만 제2도시 가오슝의 천연가스(LNG) 시설을 공격하는 영상을 공개한 것이 단적이다. 이에따라 이번 훈련에는 시가전과 도심 주요 시설 방어 훈련 등이 포함돼 있다.
대만은 이번 훈련을 대대적으로 실시해 분열된 여론을 결집시키고 중국의 전술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구리슝 국방부장은 “이번 훈련을 통해 국제사회에 우리가 스스로를 방어하기로 결심했음을 알리고, 우리가 자유롭고 민주적인 삶을 방어할 자신감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중국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훈련에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9일 대만 군수기업 8곳에 대한 자국 기업의 이중용도 물품 수출을 금지하는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대만 국영 항공기 제조사 한샹 등이 포함됐다. 중국 상무부는 “국가 안보·이익을 수호하고 비확산 등 국제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상무부 발표 직후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도 천빈화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이 반복적으로 독립을 꾀하는 도발에 대한 엄중한 경고로 이에 대해 강력한 지지를 표한다”고 밝혔다. 장빈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8일 기자회견에서 “민진당 당국의 허장성세”라며 “조국 통일이라는 역사적 대세는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