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산업재해(산재)와의 '전면전'을 다시 선언했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건설현장 사망 사고에 대통령이 "감옥을 안 가니까 또 죽는다"고 작심 발언을 내놓자 건설업계는 면허 취소와 공공입찰 배제 등 초강경 조치를 우려하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매일 모든 사망 사고 보고를 받고 있는데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안 죽었을 사고가 너무 많다"며 "높은 곳에서는 신체를 고정하라는 기본 규정조차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반복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몇 번을 지적해도 사용자들은 여전히 무감각하다"며 "사고가 나도 사업주가 징계를 받거나 감옥에 가는 일이 거의 없고, 고용된 사람이 잠깐 구속되거나 위자료만 지급하면 끝난다. 이런 구조에선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산재 문제를 '국가적 재난'으로 규정하며 무관용 원칙을 강조해왔다. 새 정부는 산업안전을 비용이 아닌 생명 문제로 보고 제도적·행정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실제 정부는 최근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 반복된 사망 사고를 계기로 면허 취소와 공공입찰 배제 등 고강도 제재를 검토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조만간 산재를 많이 낸 기업에 불이익을, 산재를 줄인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권창준 고용부 차관은 "목숨보다 돈을 아끼는 풍토가 산재의 근본 원인"이라며 "사고를 내면 되레 더 큰 비용을 치르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산업안전보건본부는 차관급으로 격상되고 제재 권한도 대폭 강화된다.
정치권도 정부 기조에 발맞춰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에는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산업안전 과징금 상향, 반복 산재 기업의 입찰 제한 등을 담은 법안 10여 건이 발의돼 있다. 일부는 아직 계류 중이나, 업계는 강한 규제 흐름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일부 대형사는 안전 조직을 재편하고 인력 보강에 나섰지만 실질적인 투자 확대 없이는 정부·국회의 압박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특히 수조 원 규모의 정비사업 수주가 몰린 상황에서 '면허 취소'나 '입찰 제한'이 현실화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서울 강남 일대에서 대형 재건축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이 정도 수위로 밀어붙이는 건 처음"이라며 "안전 투자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강도 높은 처벌 조항이 실제 입법화되면 업계 전반에 충격이 클 것으로 내다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직 구체 조항은 논의 중이지만, 현장에 적용될 경우 건설사 경영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