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2025-06-01

김용전, 작가·방송인

지난해 12월 3일, 전 국민을 충격에 빠트린 비상계엄으로부터 6개월이 지났다. 내일이면 드디어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 대선도 어김없이 후보들 간의 중상모략과 흑색선전이 난무해서 백성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어쨌든 그러면서도 저마다 새로운 나라를 향한 공약들을 발표했는데 필자는 이 대선 공약이 유감(遺憾)이다. 사실, 대선 공약이라는 게 실현 가능성보다도 일단 표를 그러모으기 위한 말의 성찬으로 마구 던지는 것들이라 그리 깊이 신뢰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어떤 것에 특히 관심을 두고 있는지는 알 수 있는데 4명의 주요 후보가 펼친 대선 공약에는 작금 우리나라의 교육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빠져 있어서 정말 안타깝다.

작금 우리나라 교육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가? 필자는 크게 두 가지를 꼽는데 하나는 교육 목표의 왜곡과 다른 하나는 교권의 추락이다.

교육 목표는 아이들을 어떤 인간으로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 이 목표의 설정 방향에 따라 교육 내용이 달라지고 교사의 지도 방법이 달라진다. 물론 예전부터 훌륭한 교육 목표는 학교마다 학급마다 교훈과 급훈 속에 존재해 왔다. 대체로 ‘정직하고 근면 성실한 인간을 만든다’라는 것인데 이게 어느 순간부터 그런 목표는 벽에 건 액자 속에만 존재하고 실제로는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전공을 이수한 후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경제적으로 잘 살거나 출세하는 것에 모든 것을 거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중요한 것은 오로지 성적이요, 교사의 임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성적을 올리게 만드는 것이 되어버려서 ‘인성의 도야’라는 말은 교육 현장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그렇게 수십 년을 오로지 출세와 부에 특화된 아이들을 길러 내느라 애쓴 결과 사회는 어떻게 되었는가? 예전보다 물질적으로는 엄청나게 풍요로워졌지만, 세상은 정말 각박해졌고 위험해졌으며 불의가 만연하고 이웃조차도 서로를 못 믿는 불신 사회가 되었다. 이것이 과연 우리가 바라는 ‘잘 사는 행복한 세상’일까? 모두 입을 모아 ‘새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경제를 살리는 일’이라고 말한다. 물론 필자도 여기에 동의한다. 그러나 경제 활성화는 최단기 임무이다. 경제를 살린 뒤에 더 중요한 임무는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다. 모든 백성이 행복한 사회는 결코 ‘돈’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서로 믿으며 서로 배려하고 법 이전에 도덕을 생각하고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는 그런 사회가 진정 ‘잘 사는 세상’인데 이는 오로지 교육을 통해서만 이뤄지는 것이므로 새 대통령은 이 문제를 장기적으로 깊이 생각하기 바란다.

둘째는 교권 확립의 문제인데 대통령 후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피상적으로 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피상적’이라 함은 본질을 두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것인데 간단히 말하면 법으로 해결하려 하다는 것이다. 교권 확립의 문제는 법으로 해결되는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 문화로 해결해야 하는 장기적인 문제이다. 교권 보호법은 이미 2023년에 그것도 한 개가 아니라 다섯 개씩이나 만들었다. 그러나 올 3월에 교총이 실시한 ‘교권 5법 시행 이후 긍정적 변화가 있느냐’라는 설문조사를 보면 6천여 명의 교사 응답자 중 79.6%가 ‘그렇지 않다’라고 답했다. 특히 학생에 의한 폭행이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하는데 왜 아니 그러겠는가? 이는 학생이 선생을 때려도 도리의 문제가 아니라 법의 문제로 처리하기 때문에 오는 결과이다. 왜? 요즘의 법은 ‘지키는 것’이 아니라 ‘다투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따끔하게 가르치고도 그것이 불법이냐 아니냐를 법정에서 따져야 한다면 어느 선생이 그 짓을 하겠는가? 차라리 못 본채 피하고 말 것이며 그 결과 교권은 해마다 점점 무너지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새로운 교육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당장 내년 스승의 날부터 새 대통령은 옛날 은사들을 집무실로 초청해서 꽃을 달아 드리고 큰절하는 모습을 세상에 보여야 한다. 그뿐이겠는가? 장관들, 국회의원들, 장군들, 판, 검사들, 기업의 회장, 사장들 모두 학교를 찾아 선생님들께 꽃을 달아 드리고 엎드려 절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어른이 모범을 보이지 않는 한 교권은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며 교육이 바로 서지 않는 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다.

※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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