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온 상승 여파로 최고 치명률 47%에 달하는 무서운 감염병을 옮기는 진드기가 크게 늘었다. 보건 당국은 8, 9월에 이 진드기가 가장 많이 발견된다며 야외 활동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질병관리청 연구팀은 자체 학술지 '주간 건강과 질병'에 2024년 참진드기 밀도 감시 결과를 공개했다. 참진드기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을 옮기는 매개 동물이다. SFTS는 제3군 감염병이며 2013~2024년 2065명이 이 진드기에 물려 감염됐고, 381명(누적 치명률 18.5%)이 숨졌다.
SFTS의 치명률은 12~47%이며, 가장 높은 축에 드는 감염병의 하나이다.
질병청 연구진은 지난해 4~11월 전국 16개 지점에 참진드기 채집기를 설치했고, 드라이아이스로 유인했다. 참진드기 지수(채집기 당 진드기 개체수)는 46.8이었다. 2023년(36.0)보다 30% 늘었다. 2020~2022년 평균(41.1)보다 13.9% 증가했다.
여러 종류의 참진드기 중 SFTS를 전파하는 종은 작은소피참진드기·개피참진드기·일본참진드기 등이며 이번 조사에서 잡힌 종은 97.3%가 작은소피참진드기다.
가장 많이 잡힌 장소는 무덤이다. 다음이 풀밭, 잡목림, 산길 순이다. 8,9월에 가장 많이 잡혔다. 유충이 가장 많은 시기가 이때다. 16개 지점 중에서 강원도 인제군에서 가장 많이 잡혔다. 채집한 전체 진드기의 33.5%이다. 강원도 삼척(17.7%)이 그다음이다. 전북 고창(9%), 제주(8.1%), 충남 당진(7.4%), 충주((6.7%) 등의 순이다.
연구팀은 참진드기 증가의 요인으로 기온 상승을 들었다. 2024년 평균 기온이 14.5도이며 평년보다 2도, 전년보다 0.8도 높았다. 특히 4월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2.8도, 전년보다 1.7도 높았던 점이 참진드기 밀도를 높였다고 한다.
월별로 따지면 지난해 8월 참진드기 발생량이 가장 많았는데, 이 역시 기온 상승과 관련이 있다. 지난해 8월 평균 기온, 평균 최고 기온, 평균 최저 기온이 (참진드기)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고 한다. 연구팀은 "평균 최고 기온이 전년보다 2.1도 높은 점이 참진드기 성장 속도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국내 기후가 온대에서 아열대로 변하고 있어 진드기와 같은 매개체가 옮기는 감염병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며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예방 수칙을 생활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SFTS 감염 환자는 2020년 243명에서 2023년 198명(38명 사망), 2024년 170명(26명 사망)으로 줄었다. 참진드기가 늘지만, 감염자는 줄었다. 다만 올해는 양상이 다르다. 1~7월 132명 발생했는데, 지난해 동기(78명)보다 69.2%, 2020~2023년 1~7월 평균(80.6명)보다 63.4% 늘었다.
SFTS에 걸리면 고열이 3~10일 이어지고, 혈소판·백혈구가 감소하고, 구역질·구토·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치료 약이나 백신이 없다. SFTS에 감염된 개·고양이 등이 사람에게 전파하기도 한다. 한국·일본·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많이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