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리더스아카데미 12기 1학기 6강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외교전략을 택해야 할까.
29일 전북일보사 2층 우석대 공자아카데미 중국문화관 화하관에서 열린 리더스아카데미 제12기 1학기 6강에서는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트럼프 2기 세계질서와 한국 외교'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남원 출신인 윤 전 장관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통해 세계질서의 급격한 변화를 진단했다.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라고 부르며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고 언급한 트럼프의 발언은 권력정치로의 회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했다.
"제가 71년도에 대학에 입학해 외교를 공부하기 시작한 지 50년이 됐습니다만, 이런 경우는 처음 경험합니다."
윤 전 장관의 이 말은 현 상황의 이례적인 심각성을 함축하고 있었다.
윤 전 장관이 말하는 지난 80년간 우리에게 익숙했던 세계질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것이다. 국가 간 주권평등의 원칙과 서로를 존중하는 정신에 기반한 이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한국의 생존과 번영에 중요한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질서가 지금 깨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국제정치의 변화 과정에 대해 윤 전 장관은 역사적 맥락을 짚었다.
그는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미국 일극체제였던 세계는 중국의 부상으로 변화했고, 트럼프 1기인 2017년부터 미국이 중국에 대한 포용 정책을 완전히 폐기하면서 본격적인 대결 구도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823년 먼로 독트린이 선언했던 것처럼, 지역별로 힘이 센 나라들이 자신의 세력권을 형성하는 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전 장관이 가장 강조한 것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의 나아갈 길이었다.
먼저 "북한의 안보 위협에 대응할 군사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지금 상황은 구한말과 비슷하지만, 우리에겐 중요한 카드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카드'는 조선업, 원자력, 반도체, 방산분야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산업들이다. "미국 조선 능력은 전 세계의 0.2%에 불과한 반면, 중국은 74%, 한국은 15~16%를 차지한다"라며 "이런 카드를 활용해 안보를 지키고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인도 등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연대 강화도 강조했다. "일본은 우리와 같은 처지에 놓인 동병상련의 국가이고,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민주국가로 곧 세계 3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며 "이런 국가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경제적 교류를 유지하면서도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중국은 한반도를 자신의 영향권으로 끌어오려는 의도가 있다"며 "트럼프 시대에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면 중국이 더욱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끝으로 윤 전 장관은 "한국도 현재 아시아·태평양 11개국으로 구성돼 있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CPTPP)에 적극적으로 가입해야 한다"면서 "안보, 외교, 국방뿐만 아니라 경제까지 함께 국가전략을 논의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대통령 직속 안보실을 강화해 부처 간 장벽을 낮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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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찬 sunchankim9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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