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6줄 불참사유서에 “괘씸”...망설이던 잔팡족도 탈팡 기류 확산

2025-12-16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망설임 끝에 16일 쿠팡을 탈퇴했다. 3370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한 지 2주가 넘도록 쿠팡을 떠나지 못했지만, 창업주 김범석 쿠팡Inc 의장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내린 결정이다. 김씨는 “개인정보 유출도 문제지만, 책임자의 태도가 더 괘씸하다”며 “조금 불편해지더라도 이런 기업을 계속 이용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쿠팡 사태 이후에도 일단 잔류를 택했던 이른바 ‘잔팡족’ 사이에서 탈팡 기류가 확산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범석 괘씸죄’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김 의장은 17일 국회 쿠팡 청문회를 하루 앞둔 현재까지도 직접적인 사과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는 국회의 증인 출석 요구에 불응하며 지난 14일 6줄 분량의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사유서엔 “170여 국가에서 영업하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서 공식적인 비즈니스 일정들이 있어 부득이하게 청문회에 출석이 불가하다”는 설명이 담겼다.

이런 대응 이후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탈퇴 인증과 비판 글이 잇따르고 있다. “(서비스의 편리함 때문에)도저히 못 끊을 줄 알았는데, 김범석 의장의 책임 회피에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어 탈퇴했다” “와우멤버십(유료 멤버십 서비스) 회원이었지만 경영진의 대응에 화가 나 탈팡했다” “한국을 호구로 보는 거 같아 영영 헤어질 결심을 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서울 은평구에 사는 직장인 정모(28)씨는 “돈은 대부분 한국에서 벌면서 문제가 생기니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에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쿠팡 내부에서도 김 의장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쿠팡지회(쿠니언)는 15일 입장문을 내고 “김범석 의장은 책임을 회피하거나 실무진에 전가하지 말고, 실질적인 경영 책임자로서 고객과 직원 앞에 직접 나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형식적인 입장 발표나 법률적 표현이 아닌, 책임 인정과 재발 방지 약속이 담긴 명확하고 공개적인 사과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쿠니언은 쿠팡 본사 사무직을 중심으로 구성된 쿠팡그룹 노동조합이다. 사태 발생 2주가 지나 입장문을 낸 이유에 대해선 “소비자 불안을 경영진이 조속히 해결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 속에 사태가 장기화되며 기업의 위기가 증폭돼 그 불안이 직원들에게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설명했다.

쿠팡의 직고용 배송 기사 노조인 쿠팡노조 관계자도 중앙일보에 “김범석 의장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의 이런 버티기엔 ‘어차피 소비자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란 판단이 깔려 있단 해석이 나온다. 새벽·로켓배송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쉽게 떠나지 못하는 ‘록인효과’(고객 잠금 효과)를 믿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앱·결제 데이터 분석업체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1∼7일 쿠팡 앱의 주간 활성 이용자 수(WAU)는 2993만5356명으로, 한 달 전인 지난달 3∼9일(2876만8841명)보다 약 4.1% 증가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쿠팡 전체 회원수와 와우멤버십에 미친 영향은 공식적으로 알 수 없다. 쿠팡은 전체 회원수를 비공개로 하고 있으며, 와우멤버십 회원수 역시 2023년 말(1400만 명)을 마지막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겸임교수는 “김범석 의장이 직접 사과하지 않는다면 쿠팡에 대한 부정적 브랜드 이미지는 장기간 지속할 수 있다”며 “당장은 대안이 없어 쿠팡을 이용하더라도 수개월 내 대안을 찾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이탈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쿠팡과 유사한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2~14일 쓱(SSG)닷컴의 새벽배송 비식품 전반의 상품 매출은 전주(5~7일)보다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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