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대통령의 본심은?

2025-12-18

“원전 정책이 정치 의제처럼 돼 버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한 말이다. 이 대통령은 “효율성이나 타당성에 대한 진지한 토론은 없고 편 가르기 싸움만 벌어지고 있다”며 원전정책 결정의 과학화를 강조했다. 이념이 아닌 과학으로 원전정책을 결정하자는 대통령의 발언이 반갑다. 그간 원전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춤을 췄다. 우파는 원전 건설을, 좌파는 탈(脫) 원전을 노래했다. 영화 ‘판도라’를 감명 깊게 봤다는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후 탈원전을 밀어붙였다. 신고리 5, 6호기 건설이 한때 중지됐고, 신규 원전 건설은 백지화됐다. 이후 윤석열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신한울 3, 4호기 건설 허가를 승인했다.

이재명 정부는 어떨까.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 가속화를 명문화했지만, 문재인 정부와는 달리 ‘탈원전’을 공개적으로 말하진 않았다. 원자력발전이 수출산업이 되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인공지능(AI) 시대의 필수 발전원으로 떠오르는 현실에 눈감기 어렵기 때문이다. 내년 예산안에 소형모듈원자로(SMR)가 포함된 것도 이런 기조의 연장선이다.

하지만 모순되는 현실도 있다. 기존 원전들의 수명연장을 위한 절차가 늦어지고, 신규원전 부지 선정을 위한 절차도 중단됐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원전은 지을 곳도 없고, 지어도 15년”이라며 재생에너지를 대대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원전정책 과학화 발언’이 진심이길 바란다. ‘AI 3대 강국 목표’를 재생에너지만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낙관이 과학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